춘천시청 청소노동자들이 27일 오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격모독 중단과 막말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강원 춘천시가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는 환경미화 노동자에게 “화장실 문을 잠그고 (샤워)하라… 확 민간위탁 시켜버리겠다”는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미화원들은 춘천시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며 파업을 결의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강원지역본부 춘천시지자체지부는 27일 오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미화원을 우롱하는 춘천시의 갑질 청소행정을 규탄한다. 춘천시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30일 이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춘천시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사상 첫 파업은 춘천시에서 청소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의 막말에서 비롯됐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춘천시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샤워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수차례 건의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식으로 즉답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노조는 지난 4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최동용 춘천시장을 고소했다.
노조는 “시장을 고소하자 춘천시의 담당 공무원이 박훈주 노조 지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작업 끝나고 동사무소 안에 있는 화장실 문 걸어 잠그고 샤워해라. 위생시설까지 럭셔리하게 해줘야 하냐. 확 민간위탁 시켜버리겠다’는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춘천시청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근무가 끝난 뒤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강원지역본부 제공
이어 노조는 “환경미화 노동자가 고된 노동을 마친 뒤 샤워를 하는 것은 호사가 아니라 법 규정에 따른 권리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79조의 2항은 ‘사업주는 환경미화 등의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게 세면·목욕시설, 탈의·세탁 시설을 설치하고 필요한 용품과 용구를 갖추어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이 작업하는 춘천시 전체 24개 구역 가운데 샤워시설이 갖춰진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훈주 춘천시지자체지부 지부장은 “청소를 하다 보면 고양이 사체에서부터 음식물쓰레기 등 각종 전염성 오염물이 작업복과 몸 이곳저곳에 묻는데 어린이부터 여러 시민들이 사용하는 동사무소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노조가 고소했다는 소식에 너무 화가 나서 욱해서 그런 말을 했지 본심은 아니다. 공개적으로 2번이나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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