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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저씨에게 에어컨 놔드렸어요”

등록 2017-06-29 13:31수정 2017-06-29 14:25

강원 춘천의 진흥아파트 주민 의견 수렴해 경비실마다 에어컨 설치
각 세대가 설치비로 2700원 분담, 매달 전기료 260원 부담하면 돼
아파트 경비원들이 일하는 진흥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된 모습. 진흥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제공
아파트 경비원들이 일하는 진흥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된 모습. 진흥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제공
“우리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경비원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합니다.”

일부 아파트에서 ‘공기오염’ 등을 이유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붙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강원 춘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뜻을 모아 각 경비실마다 에어컨을 설치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춘천 석사동의 진흥아파트는 최근 아파트 경비실 4곳에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결정한 지 4개월 만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위한 비용을 계산해보니, 각 가구가 에어컨 설치비 2700원을 나눠내고, 매달 전기료 260원씩만 부담하면 됐다. 아이스크림 1개 가격도 안 되는 돈으로도 경비 노동자들이 에어컨 전기료 걱정은 하지 않고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애초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어떻게 알리고 동의를 구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특히 입주민 상당수도 에어컨 없이 한여름을 보내고 있어 이들의 반대가 우려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선택한 방법은 직접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4월24일 주민들에게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대한 안내문을 각 가정에 발송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안내문을 통해 “가동도 일정 온도 이상에서만 사용하도록 해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 안내문을 배포하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주민 항의 등 반대 여론이 전혀 없었다. 주민들이 더불어 상생하는 아파트로 가꾸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뜻에 선뜻 동의한 셈이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일하는 진흥아파트 경비실 안에 에어컨이 설치된 모습. 진흥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제공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일하는 진흥아파트 경비실 안에 에어컨이 설치된 모습. 진흥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제공
진흥아파트 주민들의 상생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민들은 전 입주자대표회의가 2015년 12월 관리비 절감 등을 이유로 경비원 8명 가운데 2명을 해고하자 지난해 새 입주자대표회의를 꾸려 다시 경비원 2명을 채용한 바 있다. 매월 관리비 7000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결정이었지만 주민 68%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렇게 꾸려진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1월 자신들의 운영비 가운데 연 360만원을 삭감해 아파트 사무직과 기술직 노동자들의 기본급 5% 인상과 식비 3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또 경비직과 청소직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에 맞춰 급여를 인상하고, 근무시간을 평일로 옮겨 청소직들도 토요일엔 쉴 수 있도록 했다.

윤민섭 진흥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총무는 “어느 아파트에선 보다 못한 입주민이 사비로 에어컨을 설치해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에어컨을 설치하고 사용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입주민들의 뜻만 모이면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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