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아래 한강 하류에 지난 28일 초록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녹조가 발생했다. 한강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때이른 무더위과 가뭄이 길게 이어진 가운데 한강 하류에 올해도 녹조가 발생해 어민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강 하류에 본격적으로 녹조가 발생한 것은 올해로 3년째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동 어민들로 꾸려진 ‘한강살리기 어민 피해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한달 전부터 조금씩 보이던 녹조 알갱이들이 이틀 전부터는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 아래 7∼10m 구간에 띠를 이루며 물감을 뿌려놓은 듯 초록색을 띠고 있다. 강 주변 곳곳에는 누런 거품을 동반한 녹조 찌꺼기가 떠다니고 있으며, 아직 물고기 폐사까지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단체 심화식(62) 비상대책위원장은 “녹조는 바닷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은 한강에 바닷물이 많이 차 있고 전날 오후 소나기가 내렸는데도 녹조가 발생했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이번 주말께부터는 한강 전역에 녹조가 광범위하게 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환경단체는 녹조 발생이 폭염과 가뭄, 신곡수중보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부수적 원인이고, 근본 원인은 서울시 하수처리장(물재생센터)이 정상 처리하지 않은 하수와 분뇨를 한강 하구에 오랫동안 무단 방류함으로써 강 바닥에 질소·인이 축적되고 부영양화가 진행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한강 하류 경기도 고양시 구간에 발생한 녹조 모습. 한강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행주 어민들은 그동안 여름철 녹조와 함께 봄철에 끈벌레가 출현하는 등 최근 들어 한강의 오염이 심해진 것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 난지·서남 물재생센터에서 하수·분뇨를 무단 방류한 탓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해왔다.
한편, 녹조 발생 원인을 두고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가뭄 심화로 인해 팔당댐의 방류량이 줄어든데서 찾는다. 반면 환경단체는 한강 하류의 물을 가둬놓은 신곡수중보가 주원인이며 녹조를 막기 위해서는 신곡보를 개방해 물의 흐름을 개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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