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상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빼앗긴 고향 후쿠시마>의 한 장면. 부산반핵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북동쪽으로 50㎞가량 떨어진 이타테 마을. 6300여명이 살던 이 작은 마을은 2011년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순식간에 파괴됐다. 사고 발생 직후 방사능 세슘131이 마을을 뒤덮었는데, 마을 주민들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믿고 마을에 있다가 방사능에 노출됐다. 마을 주민들은 사고 발생 한 달 뒤 일본 정부의 피난지시를 들은 뒤에야 마을을 떠났다. 당시 일본 정부는 2년 뒤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체념과 막막함을 느끼며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7~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제7회 부산반핵영화제’의 개막작인 일본 토요다 나오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빼앗긴 고향 후쿠시마>의 내용이다. 이 영화제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만들었으며 30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탈핵의 약속’이다. 대선 후보 당시 노후 핵발전소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탈핵 정책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영화제 조직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상영작은 모두 9편이다. 핵발전소 방사선 누출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독일 영화 <클라우드>, 러시아 체르노빌의 방사선 노출 지역에 사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체르노빌의 할머니들>, 핵발전소 사고를 다룬 한국 영화 <판도라> 등이 선보인다. 지난해 반핵영화제 개막작이던 <핵마피아>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핵마피아>는 한국의 핵산업의 이면과 실체를 밝히려는 내용의 영화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상영된다.
폐막작은 김지곤 감독의 <메아리-아리랑>이다.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질 당시 한국인 피폭자와 후손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다. 원폭이 터질 당시 한국인 피폭자는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국내 원폭 피해 생존자는 24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자녀인 원폭 피해자 2세는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영화제에선 감독과의 대화, 어린이 책 읽어주기 등 행사도 열린다. 영화관람은 무료다. (051)633-4067.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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