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 경기도 고양시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8일 러시아에서 열린 제4차 세계도시전자정부협의체 총회에 참석해 금상을 수상하고 있다. 최 시장은 러시아에 이어 노르웨이와 미국을 잇따라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과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사업 설명회를 연다. 고양시 제공
군사분계선과 접한 접경지역 단체장과 시의회 의원들이 무더기로 외유성 국외연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경기·강원 등 광역 지자체 산하 10개 시·군 단체장들로 꾸려진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3개국을 방문하는 국외연수를 떠났다. 선진지 견학 목적의 연수에는 최문순 화천군수, 조윤길 옹진군수, 김규선 연천군수, 이현종 철원군수, 김금수 양구부군수, 홍성호 고성부군수가 참여했다. 김준태 파주 부시장은 1일 체코로 출국했고, 유영록 김포시장은 3일 독일로 출국해 남은 일정에 합류할 예정이다. 강화군과 인제군은 이번 국외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각 시·군 공무원 14명이 수행한 이번 연수에는 모두 9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들의 방문지역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와튼즈의 크리스털 월드, 빈의 쓰레기 소각장, 체코 망토 다리, 볼타바강변, 하멜 재래시장, 프라하 성, 성 비트 성당, 황금 소로, 천문시계탑, 까를교, 체코 최고의 맥주생산공장, 독일 목공예 명가 뮐러마을 등 관광명소가 대부분이다.
접경지역 단체장들은 5일 독일의 헤르스펠트-로텐부르크 군청을 방문해 2시간 동안 ‘통일 이전 동서독 접경지역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설명을 듣고, 포인트 알파 국경박물관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가한다. 이어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바르트부르크 성 견학과 하이델베르크 고성, 거대한 술통, 대학거리, 네카강 등 명소를 둘러본 뒤 귀국한다.
최성 경기도 고양시장도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사업의 국외투자 유치 등을 명목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9일까지 러시아, 노르웨이, 미국을 방문 중이다.
최 고양시장은 지난 28일 러시아 울리야놉스크에서 열린 ‘세계도시전자정부협의체’ 4차 총회와 시상식에 참석해 이 단체가 주는 ‘지속가능한 도시’ 분야의 ‘스마트 쓰레기 수거 관리서비스’로 금상을 받았다. 이어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동해 주 노르웨이 한국 대사 면담과 노르웨이 한인회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 관련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최 시장은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워싱턴, 뉴욕 등을 방문해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최 시장의 미국 방문에는 시 산하기관인 고양도시관리공사,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고양시정연구원과 킨텍스 대표 등이 수행한다.
시민들은 시의 주요 현안이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과 시급하지도 않는 실리콘밸리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설명회를 한다고 시장이 대규모 수행단을 꾸려 국외출장을 갈 필요가 있냐고 비판하고 있다. 고양시의 한 직원은 “백석동 요진와이시티나 킨텍스 지원부지 아파트 건설,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 등 시의 부적절한 토목공사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 시장은 아직도 뜬구름 잡기식 이벤트에만 골몰하고 있다. 3년 전에도 유럽을 방문해 세계적인 모터쇼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났는데 이번엔 어떤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2014년 11월 독일을 방문해 “에센 모터쇼 역사상 최초로 독일을 벗어나 2016년 고양시 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논의 시작조차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포천시의회에 정종근 의장 등 시의원 8명 전원은 지난달 20일 7박 9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위스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지난달 29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벨라루스의 우호도시를 방문중이다.
포천시의회의 선진지 견학 목적의 연수에는 의회사무국과 시청 공무원 14명이 함께 했다. 시의원과 공무원 등 22명의 연수 경비는 모두 7225만원으로, 1인당 평균 328만원이다. 시의원 국외연수 규정상 시의원 1명에게 배정되는 여비는 250만원으로 여비가 부족하면 자부담해야 한다. 포천시민 김아무개(54)씨는 “시의원들에 배정된 여비로는 예산이 부족하자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하는 꼼수를 부린 것 같다. 목적과 취지에 맞는 연수라면 몰라도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예산을 낭비하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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