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문화마을에 설치된 벽화인 이강준의 ‘울돌목-바다가 울다’ (재)아름다운맵 제공
명량대첩의 주역들이 훈련하고 출병했던 전라 우수영이 문화마을로 탈바꿈했다.
전남 해남군과 (재)아름다운맵은 4일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여객선터미널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 개막식을 열고 우수영 10개 마을에 설치된 작품 67점을 공개한다. 이 작품들은 2015년부터 12억원을 들여 30여개 팀이 지역의 역사와 주민의 생활을 담아 제작한 벽화, 조각, 설치, 조형 등이다.
우수영은 1440~1895년 서남해안을 지켰던 전라우도의 수군진이었다. 정유재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판옥선 12척으로 왜선 133척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뒀다. 함대의 주둔지였지만 농토가 척박하고 갯벌이 없어 생산기반은 취약했기 때문에 상업과 교역으로 생활했다. 1970년대 이후엔 관공서와 학교 등이 성 밖으로 이전하고 1984년 진도대교가 개통하면서 항구의 기능이 급격하게 쇠퇴했다. 인구가 줄어 폐촌의 위기에 몰리다 2014년 영화 <명량>이 뜨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영화 흥행으로 힘을 받은 해남군과 주민들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우수영의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강강술래의 발원지이자 법정 스님의 생가 등 문화자원을 살리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가들이 2~6개월 동안 마을에 살면서 역사의 숨결과 주민의 특성을 느낀 뒤 제작에 들어갔다. 명량대첩의 후예들이 사는 마을답게 이순신의 고군분투를 형상화한 벽화와 조각을 곳곳에 배치했다. 전투의 주역이던 수군 322명의 얼굴과 명량해전 당시 고지도로 현장감을 살렸다. 이어 마을에 있던 면립상회, 제일여관, 농가 빈집 등을 활용해 수군진에서 살아온 주민의 일상을 표현한 소울아카이브, 생활사갤러리, 아트하우스 등을 만들었다. 방문객들이 골목을 산책하며 근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정재(부엌)카페, 주막집, 수다방, 복덕방, 문방구 등을 재미있게 연출했다. 김해곤 총괄감독은 “연 100만명 이상 몰리는 부산 감천마을에 견줄 만한 흥행요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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