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개통한 구리∼포천 고속도로의 기점인 남구리나들목 전경. 포천시에 이어 구리시 등도 통행요금이 과도하다며 반발에 나서고 있다. 구리시 제공
경기 북부의 남북을 잇는 첫 고속도로인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요금이 과도하다며 포천시에 이어 구리시 등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경기 북부 지자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구리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실시협약 체결 당시 수준으로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경기 북부 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해놓고 비싸게 요금을 책정해 누구를 위한 도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요금 결정 요인으로 제시한 물가 상승, 총사업비 증가 등은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구리시는 3일 보도자료도 내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통행료 인하 촉구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포천시도 고속도로 개통 전날인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전 구간 통행료 3800원뿐만 아니라 포천시 구간별 통행료가 턱없이 비싸게 산출됐다. 최초 통행료 산정 시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와 유사한 수준으로 통행료가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포천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의 접경지역은 중첩된 규제로 지난 60년 이상을 소외받은 지역으로 중앙정부의 배려가 절실하다. 정부가 통행료를 예정대로 확정할 경우 포천시와 의정부시, 남양주시 등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 등 강력하게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천시 의회도 이달 13~20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세종~포천 고속도로 통행요금인하 결의문’을 채택해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과 공동 대응해 요금 인하 운동에 나설 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국회의원(양주)도 지난달 30일 “정부가 애초 약속한 도로공사의 1.02배 수준으로 통행료를 인하해달라”고 촉구했다.
구리·포천 지역과 견줘 ㎞당 통행료가 싼 남양주·의정부·양주지역은 아직 큰 반발은 없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통행료가 비싸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 3개 지자체는 구리·포천시가 대규모 집회 등 공동 대응을 요구하면 통행료 인하 운동에 동참할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이 도로(총길이 50.6㎞)는 구리시 토평동∼포천시 신북면까지 44.6㎞ 본선 구간의 통행요금이 3800원이다. ㎞당 평균 85.2원이지만 구간별로 요금이 들쭉날쭉해 신북나들목~포천나들목 3.6㎞ 요금(1300원)은 ㎞당 360원으로 평균치보다 4.2배나 비싸다. 또 중랑나들목에서 남구리나들목까지 구리 구간 요금(1400원)은 ㎞당 263.2원으로 평균보다 3.1배 비싸다.
국토교통부는 실시협약 체결 때와 착공 때 통행요금을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1.02배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거듭 밝혔으나 물가 상승, 총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1.2배로 최종 결정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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