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가 5일 도청에서 연 청양군 강정리 관련 기자회견에서 ‘특위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는 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충남도가 석면광산 터 위 폐기물 업체 활동을 이유로 주민들이 환경·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청양 강정리와 관련해 청양군에 직무이행 명령을 하기로 했다. 강정리 석면·폐기물 문제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강정리특위)가 충남도에 직무이행 명령을 권고한 지 넉달 만이다.
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정리특위가 제안한 직무이행 명령과 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정리 특위가 직무이행 명령과 함께 권고한 ‘산지복구에 관한 지도권 행사’는 청양군 자치사무라는 이유로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허 부지사는 “충남도가 환경부에 요청한 유권해석에서는 순환토사를 건설폐기물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법제처 유권해석과 대법원 판례는 순환토사를 건설폐기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순환토사 매립 등을 불법으로 판단해 직무이행 명령을 하기로 결정했다. 특별사법경찰 투입 등은 1~2주 안에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아닌 허 부지사가 한 데다, 산지복구 지도권의 경우 산지관리법에 의하면 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이지만 지방자치법에는 도지사가 자치사무에 대한 지도권을 갖고 있다고 규정한 점에서 충남도가 특위 권고를 소극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률·환경 전문가들로 꾸려진 강정리특위는 지난 3월13일 “청양군이 건설폐기물을 재처리하는 ㅂ업체의 위법 행위를 적절히 조처하지 않고 있다. 충남도가 청양군에 4건의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고 산지복구에 관한 지도권을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건설폐기물 관련 사무는 위임사무로, 지자체장이 이를 게을리하면 도지사가 시한을 정해 직무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강정리특위는 ㅂ업체가 △건설폐기물 허용보관량을 초과한 것과 △산지복구 명목으로 순환토사를 불법 매립 △농지에 건설폐기물을 적재하고 △웅덩이 부분에 순환토사를 매립한 문제 등을 지적한뒤 이 4가지 사항을 청양군이 지도점검하고 영업정지·과태료부과 등을 처분하도록 충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충남도는 환경부 유권해석과 고문변호사 법률자문을 받는다며 4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강정리특위는 지난 4월28일 공개입장문을 내어 충남도의 책임 있는 답변을 다시 요구했으나 충남도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특위의 요구로 이뤄진 면담에서 안 지사는 “내일까지 답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충남도는 ’실태조사에 관한 청양군·업체와의 협의’를 이유로 또다시 답변을 지난 4일까지 미뤘다. 도는 ㅂ업체가 실태조사를 거부하자 이날 직무이행 명령과 함께 특별사법경찰을 통한 영장청구 등 강제적인 실태조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상선 강정리 석면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일단 충남도가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산지복구에 관한 지도권 행사 요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아쉽다. 더욱이 법제처와 대법원이 결론냈고 법률 전문가가 포함된 특위가 여러차례 검토한 내용을 환경부에 질의했다는 핑계로 지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강정리 주민들은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특별사법경찰을 통한 강제적인 실태조사 등 충남도가 약속을 신속하게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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