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충남도청 앞에서 열린 ‘충남 민중대회’에 참석한 청양 강정리 주민들이 충남도와 청양군에 석면·폐기물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먹구름이 가득했다. 당장에라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아래 “석면광산 비산먼지에 주민 목숨 다 죽어간다”는 현수막이 크고 웅장한 도청사를 응시했다.
비 머금은 더위에 저절로 땀이 흐르던 6일 오후 충남 홍성. 충남도청 앞은 ‘충남 민중대회’를 위해 모인 500여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그 가운데 야윈 팔의 촌로들도 빨간 투쟁 띠를 머리에 두른 채 자리를 잡았다. 5년 넘게 ‘생존’을 위한 싸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청양 강정리 주민들. 그들의 아픔과 함께하기로 약속한 동지들이 빽빽한 대오를 이뤘다.
6일 열린 충남도청 앞에서 열린 충남 민중대회에 충남 지역 농민과 노동자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충남 민중대회의 주요 관심사는 ‘청양 강정리 석면·폐기물 문제’였다. 충남 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강정리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3일 “강정리 특위의 권고를 하루빨리 이행할 것”을 충남도에 요구하며 강정리 석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민중대회를 예고했다. 강정리 주민 35명도 이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와 자신들을 위한 연대 자리에 함께했다.
민중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충남도 허승욱 정무부지사는 “강정리특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청양군에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강정리특위(청양 석면·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지난 3월13일 도에 권고한 뒤 4개월여만이다.
권혁호 강정리 석면·폐기물 문제 주민대책위원장은 “충남도가 뒤늦게 강정리특위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충남도가 직접 당장 할 수 있는 산지복구에 관한 지도권 행사는 빼버렸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직접 발표하지 않고 정무부지사를 내세운 것도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고 꼬집었다.
석면 문제가 강정리를 넘어 충남 전역의 문제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충남에는 전국 폐석면광산의 66%(25개), 사문석 광산의 56%(9개)가 몰려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 석면 추방 네트워크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정부가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인정한 석면피해자 2334명 중 충남 거주자가 38.7%(903명)에 이른다.
황성렬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충남에는 청양 강정리뿐 아니고 부여, 예산, 당진 등 곳곳에서 석면광산에 들어선 폐기물처리장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석면광산은 원래대로 자연으로 복구해야 한다. 석면 피해를 본 모든 충남 지역민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안 지사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충남 민중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렬로 서 충남도청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회장은 “강정리 주민들은 석면·폐기물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안 지사가 취임한 뒤 무려 5년 동안 싸워왔다. 그러나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강정리 주민들은 강정리 땅에서 평화롭게 농사짓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충남도와 청양군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어왔다. 충남도와 청양군은 우선 사람을 살리는 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1시간 30분여의 민중대회가 끝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일렬로 서 충남도청 주변을 행진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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