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동백림 간첩단 조작사건 연루돼 추방
“윤이상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 당당히 진행”
“윤이상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 당당히 진행”
“경남 통영 시민들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추앙받는 윤이상 선생에 대해 조금이나마 예의를 차렸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선물에 김동진 통영시장은 7일 이렇게 말했다.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현지시각)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돼 고국에서 추방된 뒤 독일에서 고향인 통영을 그리워하다 숨을 거둔 작곡가 윤이상의 묘지에 고향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심었다.
윤이상은 1994년 일본에서 배를 타고 고향인 통영 앞바다까지 왔지만,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년 뒤인 1995년 독일에서 숨을 거뒀다. 김 시장은 “통영시민 대부분은 윤이상 선생이 고향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고 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선물이) 윤이상 선생께 위안이 됐으면 한다. 윤이상 선생의 삶과 발자취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음악에서는 20~21세기를 통틀어 5대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 세계를 기리는 뜻을 담아 음악제와 기념사업 등을 앞으로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옛 윤이상 국제음악제) 사무국장도 “문 대통령 부부의 선물과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다. 음악제의 시민 서포터즈인 ‘황금파도’에서도 환영하고 있다. 한국의 음악가 가운데 최초로 국제적 명성을 지닌 윤이상 선생은 보는 시각이나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한 분이다. 올해로 윤이상 선생이 태어난 지 100돌을 맞았다. 통영국제음악제를 당당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통영국제음악제는 2002년 시작돼 16년째 열리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1999년 열린 ‘윤이상 음악의 밤'을 모태로 시작됐으나 일부 우익단체에서 윤이상 선생이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를 들며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윤이상 국제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제'로 명칭을 바꿔서 열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통영에서 ‘윤이상 지우기’는 더욱 거세졌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윤이상 음악당'은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윤이상 콘서트홀'은 ‘콘서트 메인홀'로 바뀌었다. 생가터 주변 ‘윤이상 기념공원'은 ‘도천테마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윤이상 생가터 옆에 사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99호 추용호 장인도 “윤이상 묘에 고향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심은 것은 잘한 일이다. 옳은 것은 밝혀야 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영/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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