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위탁업체 임금체불 방치

전 환경미화업체는 퇴직금 적립안해 7억여원 체불
새 업체는 저가 낙찰, 노동자들 임금 삭감 등 이중고
“지자체 관리소홀 책임, 업무 직영 전환이 대안”

충남 서천군의 환경미화 업무를 10년 동안 위탁받은 업체가 직원들의 수억원대 퇴직금 등을 떼어먹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자들은 업무를 승계한 업체가 저가 입찰을 하는 바람에 임금마저 깎이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충남 서천군 환경미화 업무를 맡고 있는 ㅈ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10일 “2005년부터 ㄱ업체에 고용돼 서천군의 환경미화 업무를 했다. 이 업체는 다른 미화업체인 ㅈ업체가 2015년 업무를 낙찰받기까지 10년 동안 서천군 환경미화 업무를 수행했으나 미화원 24명의 퇴직금 등 7억여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지난 5월30일 ㄱ업체 대표 ㄴ씨에게 퇴직금 7억8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강윤만 공공노조 환경서천지회장은 “ㄱ업체는 제2노조를 만들어 노조파괴와 임금삭감 등을 시도해 2년 단위의 재입찰 때마다 노조원들이 서천군에 항의했다”며 “10년 동안 ㄱ업체가 선정됐지만 서천군은 이 업체가 퇴직연금을 제대로 적립하는지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 노박래 서천군수가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서천군은 그동안 이런 사실을 나몰라라 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가 2012년 배포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보면, 지자체 등은 용역업체가 제출한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 내용의 이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 지침은 수시 확인 사항으로 ‘퇴직금, 4대 사회보험료 등 법정부담금 지급 여부’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천군 관계자는 “입찰 때 재정 상태만 확인했을 뿐 업체가 바뀐 2015년까지 퇴직연금 적립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2년여 동안 임금마저 깎였다. 2015년 ㄱ업체 뒤를 이어 업무를 낙찰받은 ㅈ업체가 서천군이 제시한 기본임금보다 낮게 응찰해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서천군은 이전에 받던 월급보다 5%나 깎였다는 노동자들의 항의를 받고 방치하다 21개월 만인 지난 3월에야 뒤늦게 이를 개선토록 지시했다.

충청남도공공노동조합(충남공공노조)은 지난달 말부터 ‘업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서천군에 대한 감사와 환경미화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10일 현재 6600여명이 참여했다. 문성준 충남공공노조 조직부장은 “생활쓰레기 수집·운반업은 경영 위험이 없는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다. 서천군은 직영할 때보다 비싸게 업체에게 위탁을 해 연간 최대 10%의 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 업체는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는 길은 지자체의 직영뿐이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