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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여서도 ‘국보급 돌담길’ 보존한다

등록 2017-07-11 14:12수정 2017-07-11 19:25

대부분 80대 노인인 섬 주민들의 통행 불편 호소로
차량 다닐 수 있는 도로 개설 위해 사라질뻔 했으나
향우회 등 보존 목소리 나와 위험구간만 개축 결정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에 있는 국보급 돌담길. 사단법인 섬연구소 제공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에 있는 국보급 돌담길. 사단법인 섬연구소 제공
200~300년이 넘은 국보급 돌담길이 하마터면 시멘트 도로에 풍경을 내주고 영원히 사라질 뻔했다.

전남도는 11일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에 길이 350m, 너비 3m 규모로 추진하던 마을 안길 정비사업의 설계를 보완하도록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도는 8월 말까지 현존하는 돌담의 가치와 규모, 노후 위험 구간 등을 조사해 이를 설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완공은 반년이 늦어졌지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이 살아남게 됐다.

여서도는 완도항에서 뱃길로 35㎞ 떨어진 남쪽 먼바다에 있다. 세 시간 걸리는 여객선이 하루 한 차례 들르는 외딴 섬이다. 이 섬은 바람이 워낙 세서 수백년 전부터 지붕을 낮게 만들고 사방에 돌담(주민은 담울이라 부름)을 쌓았다. 낮은 돌담이 바람을 견디지 못하자 갈수록 더 높고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세월이 가면서 돌담은 통상 높이 3~4m, 너비 1m 안팎이 됐다. 창고나 건물은 높이 10m까지 높다랗게 담을 쌓기도 했다. 집뿐 아니라 밭과 창고, 외양간 주변에도 돌담을 둘러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태풍과 폭우에 무너지면 가로 30㎝, 세로 20㎝가량의 판석을 골라 서로 엇갈리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식으로 다시 축조했다. 주민들은 나이가 들면서 대대로 전해진 전통 기술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전수했다. 이렇게 마을 안팎에 만들어진 돌담은 모두 1500m에 이른다. 선착장에서 보면 경사면을 따라 올라간 돌담들이 마치 성곽처럼 보인다. 애초 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뭉툭하고 경사지게 쌓아 올린 돌담은 푸른 담쟁이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의 바람을 막는 돌담은 높이가 10m에 이르기도 한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제공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의 바람을 막는 돌담은 높이가 10m에 이르기도 한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제공
주민들은 10여년 전부터 돌담길 대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바랐다. 구불구불한 돌담길 폭이 1.0~1.5m로 좁은 데다 구불구불해 통행하기 불편하고,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했기 때문이다. 80명인 주민의 80%는 노인층이어서 걷기조차 힘드니 경관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끝에 2015년 도서개발사업으로 마을 안길 포장이 결정됐다. 공사 구간에는 돌담길 220m도 포함됐다.

하지만 착공을 앞둔 지난해 5월 마을 안팎에서 돌담길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명절 때 찾아온 귀성객과 전국에 있는 향우회가 가세했다. 도와 군은 훼손을 막기 위해 우회도로 개설, 궤도차·곤돌라 설치, 생필품 수송인력 배치 등 대안을 내놓았다.

한 해 동안 고민하던 주민들은 지난달 말 마침내 돌담길을 보존하는 데 합의했다. 대신 돌담길 중 위험한 구간 서너곳을 다시 쌓고, 길바닥을 평평하게 골라 짐수레나 삼륜차가 다니도록 요구했다. 이 의견은 설계에 그대로 반영될 예정이다.

비바람이 거셀 때 집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여서도 돌담의 창문. 사단법인 섬연구소 제공
비바람이 거셀 때 집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여서도 돌담의 창문. 사단법인 섬연구소 제공
김현구(50) 이장은 “고지대로 가스통을 옮기는 것조차 어려워 처음에는 헐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전국 어디를 가도 이처럼 멋진 돌담을 만나기 어려운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차츰 늘어났다. 이번 결정으로 아름다운 돌담길이 널리 알려져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운용 도 섬개발팀장은 “여서도는 한국의 이스터섬으로 불릴 정도로 풍경이 좋은 국립공원이고, 돌돔과 참돔을 잡으러 연간 4000~5000명이 찾는 낚시 천국이다. 주민의 동의를 얻어 돌담길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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