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률 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이 지난 7일 부친(87)이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3층 격리 공간에서 의사한테 폭행당했다며 11일 언론에 공개한 사진. 이경률씨 제공
광주의 한 시립요양병원 의사 겸 이사장이 80대 치매 노인 환자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경률 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은 11일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 오후 2시께 부친(87)이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광산구 삼도동) 3층 격리공간에서 이 병원 의사이자 이사장 ㅂ(68)씨한테서 수차례 얼굴과 왼쪽 눈 부위를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협력관 말을 종합하면, ㅂ이사장은 이날 이씨 부친이 병실 문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제지하던 중 말다툼을 하다가 이씨 부친을 ‘안정실’이라는 격리공간으로 데려갔다. 이씨 부친의 병원 진단서에는 왼쪽 눈 주위와 이마, 안면부 다발성 타박상과 멍 등의 소견과 ‘누군가에 의해 맞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씨는 “부친이 경미한 치매증상을 보여 지난해 2월 입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건 하루 뒤인 8일 오후 3시 병원을 방문해 부친 얼굴의 상처를 보고서야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씨는 “안과 치료 등 외래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병원 쪽은 일체의 연락이 없었다”며 “병원 쪽이 당시 사건 경위가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진상규명을 위해 경찰에 이사장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쪽은 “환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ㅂ이사장은 “이씨 부친이 다른 환자가 있는 병실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것을 목격하고 불러 주의를 시켰는데 소리를 지르며 반항해 안정실로 함께 들어갔다. 환자를 침대에 눕히는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치려고 해 왼손으로 짚는 과정에서 눈 주위를 접촉했을 뿐, 폭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환자가 심방세동 증상이 있어 항응고제를 썼는데 그 영향으로 작은 마찰에도 퍼렇게 멍이 든 것처럼 보인다. ‘멍이 생겼다’는 보고를 받고 10일 가족들이 병원에 방문할 때 직접 설명하려고 했다”며 은폐 의혹도 부인했다.
한편, 광주시립요양병원은 263병상 규모로 2002년 4월 개원할 때부터 ㅂ씨가 이사장인 의료재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이 의료재단은 296병상의 광주시립정신병원도 1998년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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