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서 제초제 마셔…“빚 수천만원” 고민
13일 저녁 8시께 경북 성주군 여성농민회 문화부장 오추옥(40·벽진면)씨가 쌀 개방에 반대해 자신의 집에서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오씨는 음독 직후 스스로 119구급대를 불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오씨는 가계부 공책에 큰 글씨로 “쌀개방 안돼, 우리 농민 다 죽는다”등 메모 형식으로 된 유서를 남겼다. 유서는 제초제를 마신 뒤 쓴 듯 알아보기 힘든 글이 몇 자 이어진 뒤 “나는 간다”고 끝맺고 있다. 또 몇장 뒤에는 남편 앞으로 “사랑한다 너무 너무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성주 여성농민회 전영미(34) 사무국장은 “오씨가 평소 성격이 밝고 명랑했으며 올해 문화부장을 맡은 뒤 농민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며 “평소 농가부채에 시달린데다 답답한 농촌현실을 사회에 알리려 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오씨가 올해 농사를 잘해보려고 방울 토마토와 수박 농사까지 지었지만 할수록 빚만 늘어나고 올해 수천만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데 오히려 빚을 더 내야할 형편이라며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오씨는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둔 남편과 4년 전 인척이 있는 성주로 왔으며, 남편의 퇴직금과 빚을 내 참외 논 2500여평을 임대받아 참외 등을 경작해 왔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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