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발전계획’을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청 제공
“정부에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노동자라는 단어를 복권하자. 노동자는 사용자와 대등한 개념이지만 근로자는 낮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발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노동자를 제대로 불러야 한다”며 정부에 “법령과 행정규칙 등 공적인 모든 영역에서 근로자 대신 노동자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날 박 시장은 “서울시를 모델로 노동자 지위를 대폭 향상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에서 정규직화·생활임금 등 부문에서 정부안보다 한단계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을 발표했다.
이날 시가 발표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서울교통공사 등 서울시 투자·출연 기관 11곳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하는 계획이다. (<한겨레> 2017년 7월 5일자 1면) 현재 임금체계·승진·복지 등에서 차별받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한 정책으로 주목된다. 또 올해 8197원인 ‘서울형 생활임금’을 내년에 9000원대로 인상하고 2019년까지 1만원을 넘기는 걸 목표로 잡았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서울시의 기간제, 공무직, 민간위탁, 뉴딜일자리 참여자, 투자·출연기관 등 1만5000명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다. 15일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시급)을 시간당 7530원으로 발표하자 서울시는 “서울에서 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본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1만원대 생활임금 일정표를 내놓았다.
시는 또 노동자이사제 전면 도입, 전태일 노동복합시설 설치(2018년 상반기), 노동조사관 신설,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 추진, 취약계층 노동자 체감형 권익보호 등 노동 권익을 높일 수 있는 7가지 계획을 내놓았다.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은 내년부터 서울시 19개 투자·출연 기관에서 주 40시간, 연 1800시간 노동시간을 지키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7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알바, 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 감정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보호체계를 구축해 밀착형 지원도 제공한다.
시는 정규직화에 77억원, 9000원대 서울형 생활임금 보장에 234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19일부터 열리는 서울시 의회 임시회에 추가경정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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