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도시재생과 서노송예술촌 정진 팀장이 지난 11일 현판을 내건 현장시청 사무실 앞에 서 있다.
“‘성매매 집결지’라는 불편한 인식과 ‘도시재생’이라는 당위를 누군가는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피부서이지만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죠.”
성매매 집결지인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선미촌’ 안에서 지난 11일 현장시청 현판식이 열렸다. 이곳에 입주한 전주시 도시재생과 서노송예술촌팀 정진(55) 팀장의 다짐이다. 현장시청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주변을 예술촌으로 바꾸는 사업추진을 위해 정 팀장 등 공무원 3명이 근무한다.
“성매매 집결지가 생긴 이후 60여년 동안 이곳은 닫힌 공간이었습니다. 행정력도 제대로 미치지 않았죠. 한 번도 가본 길이 아니기에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정상화를 시켜 시민 모두가 찾는 열린 공간으로 바꾸겠습니다.”
전주시는 다른 성매매 집결지처럼 한꺼번에 철거해버리는 전면개발 방식이 아니라, 기능전환을 유도한 점진개발 방식을 택했다. 정 팀장은 “곧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면개발 방식이 아니고, 행정이 무작정 개입해 공공장소로만 바꿀 수도 없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대안 없는 전면개발 방식은 종사자들을 다른 곳으로 자리이동만 시켜 풍선효과만 낳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점진개발 도시재생 사업인만큼 다른 지자체에서 따라 배우려고 많이 찾아오고 있다. 전주시는 2015년 8월 문화재생사업을 위해 서노송예술팀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그동안 22억원을 들여 토지 6필지(1264㎡)와 과거 성매매업소로 사용됐던 건물 5동을 매입했다. 일방적인 수용이 아니라 주인들과 협의한 방식이다. 또한 문화행사도 여러 차례 열었다. 빈집에서 설치미술품 전시, 청년 요리사와 함께하는 동네잔치, 개발하기 전 모습을 사진작가가 기록하는 선미촌 사진 아카이빙 등이다. 폐공간 2곳을 시민이 찾는 소공원으로 꾸몄다.
“사실 태스크포스팀을 꾸릴 때만해도 ‘정비가 잘 되겠어’라며 직원들 사이에도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또 초창기에는 직원들이 업주들한테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등 고생이 많았구요. 하지만 이제 성매매업소가 20여 곳으로 절반 가량 줄어드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매매 집결지도 변하는구나’ 하는 인식의 전환입니다. 이제 문화·예술·인권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전주/글·사진/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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