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완주군 ‘행복채움 나눔냉장고’ 게시판에 붙은 가슴 뭉클한 쪽지. 완주군 제공
“이 냉장고는 저더러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이 운영하는 ‘행복채움 나눔냉장고’에 최근 가슴 뭉클한 사연을 담은 쪽지가 붙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자되고 있다. 이 나눔냉장고는 지난 2월 전북혁신도시 한국전기안전공사 건너편(완주군 이서면 갈산리)에 설치됐다. 어른 키만한 개방형 냉장고와 그 옆의 선반에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삼각김밥과 김치 등이 채워지고 누구나 꺼내 먹을 수 있고 채워넣을 수 있다.
이 나눔냉장고 옆 게시판에 지난 3일 감동을 주는 쪽지가 붙었다. 쪽지엔 “제 형편과 가난을 드러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전 노인도 아니고 겉보기에만 멀쩡한 만성질환자로 복지사각지대에 있거든요.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죽어라’였는데, 이 냉장고는 저더러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적혔다. 이 쪽지를 발견한 직원은 이 사연을 많은 사람과 나눴으면 하는 바람에서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지난 2월부터 전북혁신도시에서 누구나 음식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행복채움 나눔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완주군 제공
냉장고에서 음식을 전달받은 이가 자신도 나누고 싶다며 물건을 넣는 경우도 있다. 완주군 제공
혜택을 받은 사람이 “감사해서 나도 나누고 싶다”며 물건을 넣는 경우도 있다. 한 택배기사의 아내는 “남편이 배고플 때마다 이 냉장고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며 자신의 음식을 나눴고, 한 초등학생은 “삼각김밥 1개만 먹으려 했는데 2개나 먹었다. 우유와 참치캔을 넣는다”는 사연을 남기기도 했다.
행복채움 나눔냉장고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나눔운동인 독일의 ‘푸드 셰어링’에서 착안했다. 이서면 맞춤형복지팀과 이서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난해 4월부터 모금한 완주군의 ‘1111’(100원, 1천원, 1만원, 소득 1% 기부) 사회소통기금의 첫 배분사업으로 이뤄졌다. 후원금을 통해 173만원을 들여 대형 냉장고 1대를 구입했다. 완주지역자활센터 푸드뱅크가 식재료를 제공해주고, 로컬푸드 혁신점에서도 돕는다. 1일 평균 50명가량이 이용한다.
주영환 이서면장은 “처음에는 이용객이 한꺼번에 많이 가져갈까봐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역으로 물품을 가져간 사람들이 다시 채워넣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눔냉장고가 꼭 필요한 분들의 ‘사랑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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