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 제1요양병원 병실에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 없이 폐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한 뒤 간호사실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결률씨 제공
“부친(87)이 폭행 의혹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더니 폐회로 텔레비전(CC-TV) 녹화가 안 되고 있더라고요.”
이경률 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은 18일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이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폐회로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친이 지난 7일 오후 2시께 이 병원 3층 격리공간인 안정실로 의사 겸 이사장 ㅂ(68)씨한테 끌려가 수차례 얼굴과 왼쪽 눈 부위를 폭행당했다”며 광주지검에 ㅂ씨를 고소한 상태다.
이씨는 부친의 폭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 쪽에 폐회로 텔레비전 영상을 요청했으나, “안정실은 녹화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 문제는 이 병원이 폐회로 텔레비전 46대 중 병실(19대), 안정실(3대) 등 사적인 공간에 22대를 설치하면서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원 쪽은 “병실은 모니터링만 할 뿐 녹화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 병실에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설치된 폐회로 텔레비전(CC-TV). 이결률씨 제공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폐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해 모니터링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제23조 2항)을 보면, “영상정보 처리 기기를 설치·운영하려는 자는 해당 시설 종사자, 시설에 구금되어 있거나 보호받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사람의 보호자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광주시 스마트행정담당관실 쪽은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폐회로 텔레비전을 설치 운영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노인요양시설 폐회로 텔레비전 설치는 자율에 맡겨져 있으나, 자치단체가 인권침해 여부를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린이집처럼 영상을 일정 기간(30일) 의무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환자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광주시는 요양병원 55곳의 폐회로 텔레비전 설치 여부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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