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 열린 농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정부가 현행 10여개로 나뉜 농업직불금을 농지직불금으로 통합하고 기본소득 개념의 농민수당을 신설해 중소농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농정개혁과 개헌’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오용석 전농 강원연맹 정책위원장은 ‘농민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직접지불금 확대, 농민수당 도입 등을 역설했다. 그는 농업직불금을 두고 “현재 10여개의 농업직불금을 시행 중이지만 관련 예산이 적고 면적에 따른 차등으로 애초 목적했던 소득 지지 기능이 미미하다. 이를 모두 농지직불금으로 통합하고, 중소농을 육성하기 위해 농민수당(농가직불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가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일본이 11.5%, 유럽연합이 10.2%인데 견줘 한국은 3.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민수당은 식량을 생산할 뿐 아니라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등 공익활동을 실천하는 데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며 “농민이 농사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18일 국회에서 ‘농정개혁과 개헌’이라는 주제로 농민 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오 위원장은 평균 소득 이하 농가에 다달이 20만원을 지급하면 한해 1조6672억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상은 전체 농가 108만7000가구 중 평균농가소득(2015년 기준 3721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69만5000가구(64%)로 추산했다. 농업예산 비중을 올해 전체 예산의 3.6%(400조원 중 14조4887억원)에서 내년에 0.1~0.2%포인트 높은 3.7~3.8%(424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15조7065억~16조1310억원)로 올리면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봤다.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의회 사무총장은 ‘식량주권 확립’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쌀값 폭락은 정부의 양곡정책 실패와 재고관리 실패가 불러온 참사”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난해 말 정부양곡 재고가 적정 수준인 80만t을 갑절 이상 초과한 170만t이었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누적의 원인을 잇따른 풍작과 소비량 감소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2015년 쌀 관세화 이후에도 여전히 한해 40만t씩 수입되는 저율관세물량(TRQ)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 물량이 쌀 수요량의 10%를 차지하는 데다 3분의 1 가격이어서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그는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이 물량을 대북지원과 국외 원조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상황에 맞게 물량을 감축하고, 쌀값 안정과 민족 화해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새 정부의 농업개혁에 기대를 나타냈다. 즉각 개혁할 과제로 △쌀 1㎏에 3000원 보장 △농산물 최저가격 인상 △남북 농업교류 시행 등을 꼽았다. 중장기 핵심정책으로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민수당 도입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농지공개념 시행 △개방농정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밥쌀 수입과 수매가 환수는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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