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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한미 대통령이 어보 직접 인수 못한건 아쉬워”

등록 2017-07-20 10:31수정 2017-07-20 11:22

문대통령 첫 방미 일정 동행
문정왕후 어보 환수 계획 세워
“어보는 약탈된 국권의 상징
외교부 제동에 계획대로 못해”

약탈된 어보 47점 아직 미국땅에
금강산 종과 청나라 종 교환하는
남북한·중국 프로젝트 추진 중
문정왕후 어보 환수운동을 펴온 안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오산).
문정왕후 어보 환수운동을 펴온 안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오산).
“빼앗긴 국권과 주권을 가져오는 상징성이 있는데…”

방미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출입구를 빠져나오는 현종어보와 문정왕후 어보를 향해 깍듯이 인사했다. 1950년대 한국에서 도난돼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지 60여년. ‘어보의 귀환’이었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했던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오산)은 최근 <한겨레>에 “애초 한미 양국의 우호증진과 신뢰가 이뤄지는 좋은 상징이 되도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어보를 전해주는 것으로 추진했는데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안호영 주미대사와 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과 함께 양국 정상이 어보를 인수토록 협상을 해왔는데 외교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골치 아픈거죠. 어보가 약탈 문화재였다는 점도 그렇고, 트럼트 미국 대통령의 성격상 이것(어보)을 선물로 주고 엉뚱한 선물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는 거 였어요”

외교부는 대신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어보를 받아 한국에 들여 오기로 했다. 안 의원은 “엉뚱한 계획을 세웠다가 저한테 발각이 된거죠. 그래서 워싱턴으로 가져와 방미 마지막날 동포간담회에서라도 문 대통령이 어보를 받고 동포들에게도 보여주려했는데 이마저도 안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세계 문화재 반환 역사에서 약탈문화재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한 첫 사례에 위안을 삼았다고 한다. 안 의원이 대통령의 직접 어보 인수에 공을 들인 이유가 있었다.

안 의원은 “정부가 파악한 해외 우리 문화재만 16만점입니다. 개인 소장품을 더해 총 40만점 중 어보 47개를 포함해 6만점이 미국에 있다”고 했다. 어보는 역사적 기록도 있다. 1951년 한국전쟁 중 당시 양유찬 주미 한국대사가 서울 종묘에 주둔하던 미군이 훔쳐간 어보 47개의 반환을 요청했고, 미국이 이를 인정한 기록이 미국 국가기록보관소의 ‘아델리안 홀 레코드’에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은 “어보 환수는 약탈된 국권을 환수하는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수십여개의 어보가 아직도 낮선 미국 땅에 있는데 당당하게 요구할 생각은 않고 미국 눈치만 보는 외교부를 안 의원은 민족혼은 커녕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며 분개했다.

국가간 약탈 문화재 환수는 쉽지 않다. 이번에 반환된 2종의 어보는 정부간 협상이 아닌 민간협상단이 약탈문화재를 환수한 아주 보기 드문 경우지만 어보의 귀환길은 멀고도 험했다.

문정왕후 어보는 2009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라크마(LACMA) 박물관 한국관에 전시됐다. 박물관 쪽이 1950년대 한국에서 근무한 미군에게서 70만달러에 사들였다. 2013년 7월 안 의원과 한신대 김준혁 교수, 혜문 스님이 ‘아델리안 홀 레코드’에 기초해 어보 반환을 요구하러 방문했을 때, 한국관은 수리중이었다. 문화재청이 이미 2차례 방문해 어보임이 확인됐지만, 박물관 쪽은 ‘어보가 종묘에서 도난됐다는 근거를 대라’며 반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60여년만에 귀환한 문정왕후 어보의 모습. 아래쪽 옆면에 육실대왕대비라는 묵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60여년만에 귀환한 문정왕후 어보의 모습. 아래쪽 옆면에 육실대왕대비라는 묵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안 의원은 “박물관 부관장이 ‘먼길 왔는데 어보나 구경하라’고 하길래 장갑을 끼고 들어서 봤어요. 어보가 신물이라 만진 사람 손목을 잘랐다는데 손목 잘릴 각오로 본거죠. 그 때 제눈에 육실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라는 묵지가 보이더라구요”라고 했다. 종묘의 6번째 정전(방)인 중종과 문정왕후의 전각을 뜻하는 것으로, 어보가 종묘에서 나왔다는 것이 현장에서 입증된 셈이었다. 안 의원 뿐 아니라 도난 근거를 대라던 라크마 박물관쪽도 놀랐다. 2달 뒤 안 의원 등이 방문하자 박물관 쪽은 ‘자체 조사로 도난품임을 확인했다’며 반환 작업 착수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어보를 박물관에 팔고 현종어보를 가지고 있다 압수당한 전직 주한미군이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반환 거부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올해 미국 법원이 5월 도난품 압수와 반환을 결정한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끝났다.

안 의원은 “소송이 4년에 걸쳐 이뤄졌는데 박근혜 정부는 미국 법원에 반론 자료 제출을 내기는 커녕 아예 손을 놨어요. 최근 박근혜 재판 기록을 보면 2015년 1월6일 당시 청와대에서 문체부 장관을 불러 ‘안민석이 나쁜 사람이다. 민원 등의 어떤 것도 들어주지 말라’고 해요. 자신과 함께 대한민국을 말아먹은 최순실을 뒤쫓아온 내가 밉다고 문화주권을 포기하는게 대통령이 할 일입니까”라고 했다.

중국 대련의 뤼순박물관 현관에 보관중인 일제시대 금강산에서 가져간 종. 안민석 의원 등의 방문 이후 안내 문구가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 대련의 뤼순박물관 현관에 보관중인 일제시대 금강산에서 가져간 종. 안민석 의원 등의 방문 이후 안내 문구가 사라졌다고 한다.
인천 시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중국 종의 모습.
인천 시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중국 종의 모습.
중국 대련 뤼순박물관의 금강산 종과 인천 시립박물관의 청나라 종의 맞교환 역시 역시 박근혜 정부 하에서 수년째 지지부진했다. 안 의원은 “문화재 환수협상은 상대국이 맞장구를 쳐야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안민석 일이라며 어깃장을 놓는데 되겠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 회담시 금강산 종을 되찾은 뒤 북한과 협의해 금강산에 종을 다시 가져다 놓는 ‘동북아 3국 프로젝트’다. 안 의원은 “한국과 북한, 중국이 문화재를 매개로 상호 협력과 신뢰의 출구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안민석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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