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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다음엔 ‘강릉 인디하우스’ 나섭니다

등록 2017-07-23 21:07수정 2017-07-23 21:39

지난달 독립영화 전문 협동조합 창립
이사장 고재정 교수 등 27명 ‘쌈짓돈’
첫사업 사회적경제 공동체상영회 호평
강릉 독립영화 전문 협동조합 ‘인디하우스’가 지난 6월5일 창립했다. 오른쪽 여섯째가 이사장 고재정 교수. 인디하우스 제공
강릉 독립영화 전문 협동조합 ‘인디하우스’가 지난 6월5일 창립했다. 오른쪽 여섯째가 이사장 고재정 교수. 인디하우스 제공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강릉의 미래 먹거리는 독립영화가 책임지겠습니다.”

‘강릉과 독립영화?’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뭉쳤다. 지난달 5일 강원도 강릉에서 독립영화 제작 등의 일을 하고 있는 27명이 쌈짓돈을 털어 독립영화 전문 협동조합 ‘인디하우스’(이사장 고재정 가톨릭관동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를 창립했다. 독립예술영화 전용 극장인 ‘신영’의 박광수 프로그래머와 김만재 강릉원주대 교수, 최승철 독립영화 감독 등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19일 저녁에는 강릉시 명주동의 한 카페 지하에서 프랑스 다큐멘터리 <내일>(Demain) 상영회가 열렸다. <내일>은 프랑스에서만 100만명 이상이 관람하고 2016년 세자르 최우수 다큐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2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이 끝나자, 20여명의 관객은 도심의 버려진 자투리땅에 꽃과 식물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과 지역 화폐, 교육 등 영화 속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 17~21일 진행된 ‘사회적경제 공동체 상영회’의 한 풍경이다. 강릉시민행동과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릉생명의숲 등 다양한 단체가 함께했다. 상영회에서 선보인 영화의 주제도 다양했다. ‘알바생’ 여성들의 노동과 투쟁을 유쾌하게 그려낸 <가현이들>에서부터 다양한 인권운동을 벌이는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은 노래를 함께 부를 때>까지 하루에 1편씩 모두 5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이마리오 독립영화 감독은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연계해 강릉의 이슈나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 됐다”고 평가했다.

사회적경제 공동체 상영회는 지난달 5일 태어난 인디하우스의 첫 사업이다. 덕분에 강릉시민들은 일반 상영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인디하우스는 올해 다큐 제작에 관심있는 지역 주민을 모집해 강좌를 진행하고, 강릉뿐 아니라 춘천과 원주에서도 상영회를 열 참이다.

고재정 인디하우스 이사장은 “독립영화의 순환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유통·배급하는 사람, 그리고 독립영화를 즐기는 사람,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인디하우스가 중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이라고 인디하우스를 소개했다. 그는 “사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독립영화는 ‘배고픈 일’이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것이 예술인 동시에 노동이라면 그것에 대한 사회적 인정, 즉 최소한의 경제적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거주권은 인정해줘야 또 다른 작품이 창작될 수 있다. 그나마 강릉은 독립영화를 만들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릉은 독립영화와 제법 인연이 깊다. 국내 대표 독립영화제인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열어온 도시다. 1999년부터 강릉 강동면 정동진 인근 소규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한 이 영화제는 내년이면 20돌을 맞는다. 해마다 8월이면 국내 유일 전편 야외상영으로도 인기가 있는 영화제에 참가하려고 6천여명이 강릉을 찾는다. 지난 3월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취임한 김동현씨도 정동진독립영화제 사무국장 출신이다.

강릉엔 독립예술극장 ‘신영’도 있다. 2012년부터 문을 연 신영이 운영난 때문에 휴관에 들어가자 강릉시가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운영비(5천만원)를 지원하고 나서는 등 지역사회의 지지도 크다. 올해 강릉시는 ‘독립영화도시 강릉’을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끝난 뒤 강릉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독립영화도시’를 선택한 것이다.

고재정 이사장은 “20여년 계속된 독립영화인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강릉이 독립영화도시로서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앞으로 인디하우스가 그 중심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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