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을 풀고 내려온 전영수·이성호(왼쪽부터)씨가 환영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를 표하고 있다. 이날 환영대회엔 김종훈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아직도 현장에 복직하지 못한 동지들이 있는데, (농성을 풀고) 내려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울산 북구 성내고가차도 20m 높이 교각에서 107일째 이어오던 고공농성을 풀고 26일 오후 2시께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대의원 이성호(47)씨와 조직부장 전영수(42)씨는 감회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들은 “그동안 많은 동지들의 연대에 큰 힘을 얻었다”며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 여러 동지들과 함께 아직 복직 못한 동지들을 복직시키고 민주노조 깃발을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농성을 풀고 땅으로 내려오자마자 마중 나온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과 한동안 부둥켜안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김종훈 국회의원과 권오길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등 지역 노동계 지도부와도 포옹과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환영대회에 나와 환호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지난 4월 소속 업체가 폐업한 뒤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당하고 일자리를 잃자 4월11일 새벽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며, 구조조정과 물량감소를 이유로 고용승계에서 배제하고, 개별 구직을 통한 취업조차 막는다”며 블랙리스트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그러다 지난 25일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이들을 비롯해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4명의 고용을 오는 9월까지 사내하청업체에서 승계키로 합의함에 따라 농성을 풀게 됐다.
전영수·이성호(왼쪽부터)씨가 울산 성내고차차도 20m 높이 교각에서 107일째 이어온 고공농성을 풀고 교가사다리차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 사내하청지회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이성호·전영수 동지 환영대회’를 열고 “완전한 승리는 아니지만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두 동지를 무사히 교각에서 내려오게 했다. 이것으로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 사내하청지회는 “지금도 하청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 구조조정이 멈추지 않고 있다. 블랙리스트도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데, 모든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 단결할 때에야 온전하게 없앨 수 있다. 이번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복직을 계기로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철저하게 성찰하고 더욱 헌신적으로 투쟁해 반드시 블랙리스트 없는 현장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교각에서 내려온 이성호·전영수씨는 환영대회를 마친 뒤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울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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