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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월산 산골에서 열리는 축제는 어떨까

등록 2017-08-01 14:33수정 2017-08-01 15:00

5일 영양군 도곡리 마을숲에서 열려
주민들이 모든 행사 기획·연출
풀짐지기, 꼴따먹기, 감자삼굿 등 행사

일월산 도곡리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당나무에 “오늘 축제를 무사히 치르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축제준비위 제공
일월산 도곡리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당나무에 “오늘 축제를 무사히 치르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축제준비위 제공
해발 1219m 경북 일월산 자락에 자리잡은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마을은 고추와 사과, 한약재로 쓰이는 단삼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100가구에 주민 170여명이 산다. 이 산골마을에서 오는 5일 기획, 연출, 출품 등 처음부터 끝까지 지역주민들의 손으로만 진행하는 축제가 열린다.

도곡리 축제는 마을 어귀에 서있는 300살 된 느티나무, 느릅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마을숲에서 열린다. 이날 오전 10시쯤 마을의 안녕과 축제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동제와 지신밟기가 시작된다. 이어 마을주민, 출향인사, 관광객, 외부 초청인사 등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개막식을 선포한다.

오후에는 지역주민과 출향인사, 관광객이 편을 나눠 ‘풀짐지기’, ‘꼴따먹기’, 그네타기 등 추억이 깃든 행사를 벌이며 실력을 겨룬다. 풀짐지기는 풀을 누가 많이 등에 지는냐에 따라 승부가 갈라지고, 꼴따먹기는 표적 지점에 낫을 가장 가까이 던지는 사람이 소꼴을 몽땅 가져가는 옛날 초동들의 놀이이다. 이름도 생소한 ‘감자삼굿’은 여름철 허기질때 냇가에서 뜨겁게 달궈진 자갈에 물을 부어 생기는 증기로 감자와 옥수수를 쪄서먹는 놀이이다. 올해는 <서원들 보제>가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도곡리 아랫마을에 있는 서원들판의 봇도랑물이 풍부히 흐르고 풍년농사를 기원하기위해 이미 사라진 행사를 되살려냈다. 힘이 센 봇꾼을 뽑기위한 ‘들돌 들기 시연’과 보 입구에서 지내는 제사(보제)가 볼만하고, 그 막간에는 모내기때 부르던 노동요인 모심기 노래가 목청좋은 어르신들의 구성진 노래로 퍼져나간다. 행사 중간중간 이 마을 노래가 흘러나온다. 서울에 사는 출향인사 김양환씨가 시를 쓰고, 싱어송 라이터인 박소윤씨가 곡을 붙여 만든 마을 노래는 도곡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손꼽힌다. 올해는 <일월산>과 <새벽정거장>을 부른 이 마을 출신 가수 배용과 권정화 등을 초대해 날이 저물때까지 잔치가 계속된다.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 5월부터 ‘도곡리 축제준비위원회’를 꾸린뒤 준비를 해왔다. 축제준비위원회에서 기획홍보업무를 맡아온 오부원(52)씨는 “두달동안 예비모임도 하고 마을 회의도 3차례 정도 열었다. 전체 마을주민 90%가 축제에 참석한다. 개막식때 참석한 500여명에게 비빔밥을 대접해야 하기때문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농사일이 바빠 밴드와 카톡 단톡방으로 주로 대화를 하며 의논을 해왔다”고 말했다.

여름철 허기질 때 뜨겁게 달궈진 자갈에 물을 부어 생기는 증기로 감자와 옥수수를 구워 먹는 ‘감자삼굿’ 시연행사가 열리고 있다.  축제준비위 제공
여름철 허기질 때 뜨겁게 달궈진 자갈에 물을 부어 생기는 증기로 감자와 옥수수를 구워 먹는 ‘감자삼굿’ 시연행사가 열리고 있다. 축제준비위 제공
도곡리 마을축제는 예로부터 8월15일에 하던 ‘풋굿놀이’에서 비롯됐다. 풋굿은 백중날 경북 북부지역에서 널리 하던 세시풍속이다. 이농현상으로 풋굿놀이가 시들해지면서 5년전 마을축제가 시작됐다. 당시 서울에 사는 출향인사들이 밴드에서 축제를 해보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했고, 이구동성으로 손뼉을 치면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과거 풋굿놀이는 8월15일 열렸지만, 고추 수확철을 피하고 고향을 떠난 출향인사들의 휴가철에 맞춰 8월 첫째주 토요일로 축제날짜를 정했다. 오씨는 “축제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주민들이 의논해가며 결정했다. 축제비용도 처음에는 주민들이 3천만원을 모아 진행을 했다. 하지만 알찬 축제로 입소문이 나면서 정부와 경북도, 영양군에서 축제경비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마을축제에는 서울과 부산, 대구로 떠난 출향인사 300여명이 꼬박꼬박 참석한다. 일가친척들이 모두 고향을 떠나 친지들이 아무도 없는 출향인사들도 행사에 참석한 뒤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고 돌아간다.

마을축제준비위원장을 맡은 이희락(67) 이장은 “마을 축제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마을사람들이 화합하고 고향을 아끼는 마음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또 우리고장의 전통문화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해 자랑스럽다. 후배들이 이어받아 오랫동안 계속 됐으면한다. 축제때문에 마을을 찾아온 관광객 덕분에 특산물이 많이 팔리고있다. 앞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나 마을주민들이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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