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협력업체 노동자 1만여명이 18일 장기 휴가를 받고도 울상을 짓고 있다.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29일부터 8월15일까지 생산설비를 중단한 채 전면 휴업(셧다운)에 들어갔다. 노동자 3800여명은 무려 18일 동안의 여름휴가를 받고도 처치가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공장 안 협력업체 17곳의 노동자 6000여명도 용접기와 공구들을 내려놓은 채 한숨을 쉬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7일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경영난을 고려해 기본급 동결과 여름휴가 연장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름휴가를 애초 1주일에서 2주일로 늘리고, 8월14일을 교섭타결 휴가로 지정했다.
회사는 지난 4월까지 선박 9척 6억6000만 달러어치를 수주해 올해 목표의 40%를 달성하면서 조선업계의 불황을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5월 이후 한 척도 추가로 주문받지 못해 수주 절벽에 부닥쳤다.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어떻게 버티어야 할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회사 쪽은 생산일수를 줄이고 여름휴가를 늘리는 방안을 노조와 협의했다. 1주일 연장 휴가를 유급으로 할지, 무급으로 할지를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휴가 돌입 직전에야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갑작스럽게 18일 휴가를 받은 노동자들은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다. 노동자들은 “마음이 불안해 제대로 쉴 수 있겠냐”며 “집 근처에서 치맥으로 소일하는 등 짠물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감 부족 탓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상황도 한몫했다. 한 달 잔업이 평균 30시간에서 최근 7시간으로 줄면서 수입액은 30여만원 감소했다. 계획을 짜고 싶어도 휴가철의 절정이어서 가격이 만만치 않고 예약도 어려웠다. 류재청(47) 노조 조사통계부장은 “입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18일 휴가를 받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멀리 떠난 동료들은 없는 듯하다. 앞으로 6개월이 힘들다고 해서 이래저래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하루 일당 10만원으로 생계를 잇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표정은 더 어두웠다. 한 노동자는 “조선업의 특성상 원청이 쉬면 하청도 일이 없다. 대기업은 유급 휴가지만 우리는 휴가가 길어지면 더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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