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사투리보존회가 피서지 곳곳에 내건 사투리 펼침막 모습. 강릉사투리보존회 제공
“소설들 마카 해목하러 증포로 언능 오우야!” (식구들 모두 해수욕하러 경포로 빨리 오세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강원 강릉 시민들이 피서객 환영을 위해 지역 사투리로 쓴 펼침막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강릉사투리보존회(회장 김남형)는 홍제동과 포남동 등 지역 21개 읍면동과 주요 관광지 길목에 강릉 사투리로 쓴 환영 펼침막 24개를 걸었다고 2일 밝혔다. 강릉은 태백산맥에 둘러싸인 고립된 지형 탓에 옛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언어의 보물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펼침막에는, ‘증포해목장에 몰개가 좋으니 마카 일루와요’(경포해수욕장 모래가 좋으니 모두 이쪽으로 와요), ‘강릉만 한 데 없아 바닷물이 맑고 뜨세’(강릉만 한데 없어 바닷물이 맑고 따뜻해), ‘해수욕으 하자믄은 강릉맨큼 깨깟한 데가 또 워데있아!’(해수욕하는데 강릉만큼 깨끗한 곳이 어디 있느냐!), ‘날이 푹푹 삶아칠 적에는 마큰 쪼치우고 소금강 철렵으 가이대!’(날씨가 푹푹 더울 때에는 모든 일 그만두고 소금강으로 천렵을 가야 돼!), ‘감재적 서너소뎅하고 옥씨끼 두공으 다 해치웠아’(감자전 3~4장하고 옥수수 두 묶음을 다 먹었어) 등의 내용이 표준어 풀이와 함께 담겨 있다.
또 ‘강릉으 이러 잘 오셨으니 가실 때도 안전하게 살페 가슈야!’(강릉에 잘 왔으니 갈 때도 안전하게 살펴가세요), ‘바닷가 오시믄 안전이 젤이래요. 시느메 잘 쉬시다 살페 가슈야’(바닷가에 올 때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천천히 잘 쉬다가 살펴가세요) 등 강릉으로 피서를 온 관광객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김남형 강릉사투리보존회장은 “처음엔 펼침막을 본 피서객들이 내용을 몰라 어리둥절하다가도 풀이를 보고 특색 있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강릉 피서지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피서객들에게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1994년 만들어졌으며, 그동안 강릉단오제 때 강릉 사투리 대회를 여는가 하면 사투리 시집과 사투리 음반 제작, 사투리 시화전 등 강릉 사투리 보전에 힘쓰고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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