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서 범인 몰렸던 최아무개씨
사법피해자 지원단체와 진범 추적한 형사에 각각 5%씩
사법피해자 지원단체와 진범 추적한 형사에 각각 5%씩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형사보상금의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3일 “피해자 최아무개(32)씨가 형사보상금 8억3000만원을 받으면 사법피해자 지원단체와 진범을 잡도록 도와준 황상만(63)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한테 5%씩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사보상금은 억울한 구금일수만큼 국가가 피해자한테 최저임금의 5배 한도 안에서 지급하는 제도다.
최씨는 2000년 8월10일 새벽 2시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아무개(당시 42)씨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 당시 15살로 다방 배달일을 하던 그는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시비 끝에 욕설을 듣자 격분해 사물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 15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한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이 사건은 확정판결이 난 뒤에도 부실수사 의혹이 계속됐다. 경찰관 황씨는 2003년 6월 다른 택시강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황을 파악하고 이 사건의 진범을 추적했으나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당시 황씨가 작성한 수사서류들은 재심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최씨는 2013년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해 11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달 24일 형사보상금 액수를 결정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마자 김아무개(36)씨를 붙잡아 진범으로 법정에 세웠다. 김씨는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이 사건은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피해자와 변호사를 그린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앞서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피해자들도 지난 6월 억울한 옥살이의 대가로 받은 형사보상금 11억4000만원 중 10%를 사법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기부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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