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청 앞에서 김포~관산도로 건설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양환경운동연합 제공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의 광역교통개선 대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김포∼관산도로가 고양시민의 휴식공간인 고봉산 자락을 통과하게 설계돼 고양시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고봉산(해발 206m)은 ‘고양’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산으로 이 지역의 상징적 공간이다.
9일 고양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김포~관산도로 사업 시행자인 토지주택공사는 고양시 성석동~문봉동을 직선으로 통과하는 대신 고봉산 자락에 3개 터널을 뚫어 우회하는 노선으로 변경해 지난달 17일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를 마쳤다.
파주 운정지구와 고양시를 잇는 이 도로는 2310억원을 들여 2018~2025년 건설할 예정이다. 애초 이 도로는 운정3지구 광역교통 개선 대책안으로 지방도 363호선과 근접하는 직선도로(길이 4.78㎞)로 제시됐다.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주민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300m 가량 남쪽 농경지 쪽으로 우회하는 대안 노선4(길이 5.07㎞, 폭 20m)으로 변경됐다.
지난 8일 오후 ‘김포~관산도로 민·관·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간담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소회의실에서 고양시민들이 ‘고봉산 터널 반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고봉산터널반대 고양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고양시민들은 즉각 ‘고봉산터널 반대! 김포관산간 도로 백지화를 위한 고양시민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시청 앞 1인 시위에 이어 고봉산 입구와 중산공원 등지에서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임병세 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애초 검토됐던 직선 코스를 두고 돌아가면서 고봉산을 관통하는 것은 보상비를 줄이려는 꼼수다. 시장이나 담당 직원은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토지주택공사 안대로 주민 설명회까지 졸속으로 마쳤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양시도 2012년 보도자료를 통해 “김포~관산도로가 도로용량 대비 교통량 개선효과가 0.01%에 불과하다”며 건설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고양시는 토지주택공사에 전면 재검토를 통보하고 주민, 국회의원, 환경단체, 토지주택공사 등이 참여하는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최성 고양시장은 지난 8일 “고봉산 훼손을 반대한다고 선언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도로의 필요성에 대해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협의체 구성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시의 입장은 없고 토지주택공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는 의미가 없다”며 퇴장해버렸다. 한 참석자는 “협의체는 결국 고양시가 해야 할 일을 떠넘기고 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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