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도시 광주가 걸어온 길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광주 입문서 <광주100년>과 <무등산>을 쓴 향토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던 박선홍 전 무등산공유화재단 이사장이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
박 전 이사장은 ‘무등산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1950년대부터 등산을 해온 박 전 이사장은 1989년 시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01년 무등산공유화재단을 설립해 무등산 땅 한 평 사기 공유화 운동을 펼치는 등 무등산 막개발을 막는 데 앞장섰다. 박 전 이사장은 50살이던 1976년 무등산의 유래·전설·경관을 정리한 인문지리지인 <무등산> 초판을 낸 뒤 2011년 증보판(7판)을 내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증보판을 내면서 “산수(傘壽·80살)의 고비를 넘어서야 이제 겨우 무등산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근대 광주 미시사 연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박 전 이사장은 한 평생 광주라는 도시의 미시적 연구에 천착해 온 향토사학자였다. 고인은 생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라면서 광주의 옛 흔적들이나 옛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 없었고 하나하나의 소중함과 애정 때문에 이들을 모으고 간직해왔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박 전 이사장은 근대 광주의 역사·문화·지리를 꼼꼼하게 정리한 3권짜리 <광주 100년>(1994년)의 저자이이다. <광주 100년>은 사료 가치를 인정받아 일본어판이 출간되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2012년 <무등산>과 <광주 100년>의 지적재산권을 광주문화재단에 기증했다.
고인은 1952년부터 광주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해 1993년 퇴직까지 사무국장과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1994~99년 조선대 이사장으로 재임했고,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만들어 소외계층 돕기에도 앞장섰다. 대통령 표창, 국민포상, 철탑산업훈장, 광주시민대상, 대한민국 산악대상 환경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박상철(대구경북과학기술원 뉴바이올로지전공 석좌교수)씨 등 3남이 있다. 9일 오후 2시30분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62)220-3352.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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