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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지시로 만든 안중근 의사 동상이라더니…

등록 2017-08-10 20:30수정 2017-08-10 21:00

의정부시, 5월 반입 뒤 8월 역앞 설치
외교부쪽 “금시초문…지시 알수 없어”
감사 청구하자, 시 “언론보도 전한 것”
경기도 의정부시가 중국의 한 민간단체로부터 기증받아 지난 8일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설치한 안중근 의사 동상 모습.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 동상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로 제작됐다고 주장했고, 시민단체들은 이것의 사실 여부를 가려달라며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의정부시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가 중국의 한 민간단체로부터 기증받아 지난 8일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설치한 안중근 의사 동상 모습.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 동상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로 제작됐다고 주장했고, 시민단체들은 이것의 사실 여부를 가려달라며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의정부시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지시로 제작됐다는 안중근 의사 동상을 최근 의정부역 앞 공원에 설치했으나 외교부 쪽은 ‘시진핑 주석의 제작 지시’ 주장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지역 시민단체들이 감사원에 “이 동상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감사를 청구하고 나섰다. 의정부시는 지난 5월 동상을 반입하고서도 숨겨오다가 갑자기 동상을 설치해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의정부시의 말을 들어보면, 의정부시는 중국의 한 민간단체가 제작한 안중근 의사 동상을 지난 5월 인천항을 통해 들여와 지난 8일 의정부역앞 근린공원에 설치했다. 안중근 동상은 중국 최우 작가의 작품으로 높이 2.5m, 가로 3.7m, 세로 1.3m 크기로 청동으로 제작됐으며 무게는 1200㎏에 달한다.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총을 꺼내는 형상으로 기존 국내에 설치된 동상과는 달리 역동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안중근 동상은 2013년 안중근 의사의 표지석을 설치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부터 시작됐으며 민감한 국제관계를 고려해 중국 민간 공공외교·대외정책 연구기관인 차하얼학회가 전담해 추진됐다고 의정부시는 설명했다. 이후 차하얼학회와 한국국제교류원은 안중근 의사 동상을 제작해 한국에 기증하기로 협약했으며, 2015년 의정부시에 설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의정부시는 의정부역앞 근린공원에 안중근 의사 기념공간이 준공되면 차하얼학회와 협의해 동상 제막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평화와 통일의 중심도시인 의정부시에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설치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제막식은 양국의 주요 인사를 초청한 가운데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 동상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내가 알기로 그런 지시나 요청은 없었다”며 “외교부에서는 금시초문인 내용이다. 동상 제작이 시진핑 주석 지시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 여부를 묻는 시민단체의 질의에 대해 ‘중국 내부적인 사항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들도 의정부시의 주장처럼 시진핑 중국 주석이 과연 제작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버드나무포럼, 문화발전소,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등 의정부 지역 시민단체들은 ‘시진핑 제작 지시 안중근 동상 사실여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지난 9일 감사원에 청구했다.

김우성 버드나무포럼 위원장은 “지난 6월 안중근 동상이 국내 도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의정부시는 ‘중국에서 제작중’이라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기밀작전 수행하듯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 주석 지시로 제작됐다는 말은 믿기 어렵고, 사실이 아니라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며 감사 청구 이유를 밝혔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안중근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 주석의 지시로 제작된 안중근 동상을 설치했다는 의정부시의 주장은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시 주석의 지시여부가 거짓이라면 이는 의정부시민을 기망한 부당한 행정행위로 동상 건립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의정부시 관계자는 “시 주석이 동상 건립을 지시했다는 것은 언론 보도 내용을 전한 것이며, 확인되지 않았다. 동상 반입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쪽에서 공개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시가 경기 북부의 독립 운동의 근거지여서 시에서 동상 건립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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