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기 시작한 지 6년만에 80여개를 넘은 데 이어 소녀상 훼손을 막기 위한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 조성’도 시작됐다. 지난 11일 경기 광명시 광명동굴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중·고교생들이 중심이 돼 ‘소녀의 꽃밭’이 조성됐다. 경기 광명시 제공
광복절 72돌을 하루 앞서 광주시 5개 구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데 이어 15일에도 서울·경기·경북·전북·충남 등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이 새로 모습을 드러낸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한편 소녀상이 수난을 당하지 않도록 시민 모금으로 전국 80여곳에 세워진 소녀상 주변을 꽃밭으로 만드는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광주시 동·서·남·북·광산구청 등 5개 구청은 14일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마련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북구청 앞 소녀상은 이날 저녁 8시15분에 공개됐다. 정달성 북구 추진위원장은 “완전한 해방을 의미하는 8월15일을 상징하는 저녁 8시15분에 소녀상을 덮고 있는 천을 걷어냈다”고 말했다. 2011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들어선 이후 이날 현재까지 소녀상이 세워진 장소는 모두 78곳으로 파악된다. 광복절인 15일에는 서울 도봉·금천, 경북 안동, 전북 익산, 충남 홍성, 경기 용인에서도 소녀상이 제막식이 열린다.
평화의 소녀상 주변을 꽃밭으로 감싸는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 조성사업도 본격화했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소녀상처럼 일부 시민들에 의해 소녀상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녀상 주변을 정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광명시는 지난 11일 광명동굴 입구에서 이옥선(91) 할머니가 참가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건립 2돌 행사와 함께 소녀의 꽂밭을 조성했다. 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못다 핀 꽃’에 등장하는 목련나무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서흥구절초, 벌개미취, 부처꽃, 층꽃 등 우리나라 야생화 10여 종을 심었다.
광주 나눔의 집과 광명 평화의 소녀상관리위원회는 전국 소녀상 주변을 소녀의 꽃밭으로 조성키로 하고 스토리펀딩에 나섰다. 꽃밭 조성에 참여한 우영수(18·광문고 2)군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우리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고 소녀의 꽃밭이 할머니들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들머리에 들어선 평화의 소녀상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형상화했다. 광주시 남구 제공
‘위안부 기림일’인 14일엔 서울 등 전국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서울 중구 청계광장엔 손바닥만한 ‘작은 소녀상’ 500점이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았다. ‘500’은 국내 등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과 미등록 피해자, 북한 지역 피해자 예상 인원을 더한 숫자다. 한국정신대문제해결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위안부 문제 한일합의 무효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천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 의지가 약하거나 일본 정부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라며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와 일본의 공식 사죄 및 배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급한 10억엔을 돌려줄 것을 촉구하면서 15일부터 오는 11월11일까지 100일 동안 시민 100만명이 1000원씩 기부하는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인 오는 11월25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여성인권상과 함께 전달할 계획이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조례로 기림일을 지정한 경남도는 이날 오전 10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꽃 할머니>를 낭독하고, 이 작품의 권윤덕 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시민모임)’, ‘일본군 강제성노예피해자 진주평화기림사업회’, ‘수원평화나비’ 등도 각 지역에서 기림일 행사를 열고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 실현을 요구했다.
수원 창원 광주/홍용덕 최상원 정대하 기자, 김진완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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