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성생명 장애인 체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서준호(28)씨는 최근 대구 도심지 반월당 네거리에 자리잡은 삼성생명 빌딩을 혼자 방문했다. 이 빌딩은 삼성생명이 1996년에 지은 26층 짜리 건물로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계열사 사무실들이 입주해있다.
서씨는 삼성생명 빌딩에서 업무를 끝낸 뒤 소변이 마려워 1층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은 비교적 깨끗했다. 그러나 소변기 4개 가운데 손잡이가 설치된 게 하나도 없었다. 손잡이가 없는 소변기는 붙잡고 기댈곳이 없어 장애인들 한테는 매우 불편하고 또 위험하다.
서씨는 장애인용 좌변기도 둘러봤다. 좌변기 왼쪽에 설치된 수직형 손잡이가 ‘ㄱ’자 형태로 돼있었다. 그러나 이 손잡이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나 중증 장애인들이 손잡이를 잡고 일어 설 수 있도록 ‘ㄴ’자로 설치돼야 한다. 서씨는 “장애인 시설 관련 법규에도 ‘ㄴ’자로 설치하도록 규정돼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생명 빌딩의 1층 화장실 출입문을 여닫기가 힘들고, 출입문 폭이 좁아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화장실 바닥이 대리석으로 미끄럽게 만들어져 목발을 짚고 다니는 지체 장애인들이 자칫하면 넘어 질 수 도 있다고 안타까와했다.
1층 현관에서 화장실과 승강기를 오가는 곳에 점자블럭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점자블럭이 없으면 시각 장애인들은 전혀 움직일 수 가 없다.
서씨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삼성’에서 장애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닭고 허탈한 심정으로 삼성생명 빌딩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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