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93개 해수욕장이 일제히 폐장한 지난 20일 속초해수욕장에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피서객들이 바닷가에서 놀고 있다. 동해안 해수욕장은 너울성 파도 등의 영향으로 지난 9일부터 입수가 통제됐다. 독자 제공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이 20일 썰렁한 분위기 속에 폐장했다. 궂은 날씨 등으로 피서객 수가 최근 5년 이래 가장 적은 해로 기록됐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지난달 5일 동해 망상해수욕장을 시작으로 47일 동안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 93곳을 개장해 20일 문을 닫을 때까지 2243만7000명이 방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피서객 수 2459만2000명에 견줘 215만5000명(8.8%)이 줄어든 것이다.
동해안 해수욕장 피서객 수는 2008년 3032만9000명을 기록했으나 2012년 1925만6000명까지 추락했다. 2013년 2567만1000명을 기록하며 반등해 2014년에 2430만1000명, 2015년 2578만9000명 등 2400~2500만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입장객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은 2243만7000명에 그쳤다.
피서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궂은 날씨’의 영향이 컸다. 해수욕장 개장 이후 주말과 휴일마다 계속 빗방울이 떨어지는 등 개장한 47일 가운데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13일에 불과했다. 또 해안가에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역파도)가 발생해 지난 9일부터 동해안 모든 해수욕장에 입수통제 조처가 내려졌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도 궂은 날씨를 극복하는 특수효과는 내지 못했다. 오히려 속초·양양지역 해수욕장 피서객 수 감소 폭이 1·2위를 다퉜다. 올해 속초시 해수욕장 피서객은 300만2000명으로 지난해(351만4000명)에 견줘 14.6%나 줄었다. 이는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가운데 피서객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이다. 양양도 380만8000명으로 지난해(423만4000명)보다 10.1%나 크게 줄었다.
김태혁 강원도 환동해본부 해양항만과 주무관은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영동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 통행량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강원도를 찾은 피서객은 늘었지만 계속된 비 탓에 실내 워터파크와 박물관 등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서해안 해수욕장도 머드축제가 열린 대천해수욕장을 제외하고는 동해안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충남은 보령 머드축제의 영향으로 지난해 2252만9400명에 견줘 5.8% 늘어난 2383만7100명이 해수욕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머드축제가 열린 대천해수욕장 방문객이 200만명 가까이 늘어난 1898만7000명이었을 뿐 충남의 나머지 32개 해수욕장은 이용객이 5∼17% 줄었다.
특히 28개 해수욕장이 몰린 태안은 이용객이 지난해에 견줘 17% 줄었다. 올해 개장 기간(44일)에 13일이나 비가 내린 탓도 크지만 최근 여름 휴가가 달라진 것도 한몫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안군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기도 했지만, 휴가철에 해수욕장보다 실내 물놀이 시설이나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 해수욕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강릉 태안/박수혁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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