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훔친 일당이 판 땅굴 내부. 송유관과 연결한 굵은 호스가 보인다. 전북경찰청 제공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서 호스를 연결하고 기름을 훔친 일당과 이들한테서 기름을 싼값에 사들인 주유소 업자 등 모두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기름을 훔친 이아무개(50)씨 등 2명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김아무개(40)씨와 주유소 주인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자금을 마련하는 총책, 현장에서 일을 지시하는 중간책,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는 기술자, 훔친 기름을 운반하는 수송자 등 사전에 명확히 역할을 구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 등이 충북 옥천군 한 창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부터였다. 임대한 이 창고에서 해머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삽·곡괭이·호미 등으로 45일 동안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깊이 4m, 길이 40m의 땅굴을 판 다음 송유관에 호스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약 3달 동안 4억8천만원 상당의 휘발유, 경유, 등유 등 37만ℓ를 훔쳤다. 절도한 기름은 일반 화물차량의 적재함을 개조해 기름 1만ℓ를 담을 수 있도록 유조탱크를 달아 전북 익산의 주유소 등에 팔았다.
기름 절도 일당들은 폐회로텔레비전(CCTV)까지 갖춰 모니터를 보며 주변을 감시했다. 전북경찰청 제공
특히 이들은 땅굴 현장에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설치해 특이사항을 일일이 점검하고, 렌터카를 이용해 주변에서 망을 보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 주인들은 시세보다 200∼250원 싸게 훔친 기름을 사들여 되팔았다. 경찰은 이들이 파낸 땅굴에서 고무호스 등을 압수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예전에 하던 사업이 망해서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철로 주변에 송유관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사람들과 땅을 팠다”고 말했다.
익산경찰서 관계자는 “대한송유관공사와 긴밀히 협조해 또다른 송유관 절도 현장이 있는지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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