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18 당시 광주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해 ‘경찰 영웅’으로 재조명된 안병하 전 전남도경찰국장(경무관)의 흉상을 어디에 세워야 할까.
전남지방경찰청은 24일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다 경찰의 귀감으로 거듭난 안병하 경무관의 추모 흉상을 세우기 위해 5·18 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건립 후보지로 옛 전남도청이나 5·18기념공원, 전남경찰청사, 경찰교육원 등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5·18기념재단과 5월단체 3곳은 이날 “흉상 건립을 환영한다. 다만 전남도청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신중한 위치 선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립 후보지로 안 전 경무관 유족들은 당시 전남도경이 있었던 옛 전남도청을 희망하고, 경찰 내부에서는 활용과 관리가 쉬운 경찰 유관 시설을 꼽고 있다. 임준영 전남경찰청 경무계장은 “흉상을 세워 인권친화 경찰활동의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 유족의 바람, 상징성과 접근성을 두루 고려한 후보지를 찾아 경찰의 날인 10월21일 즈음에 흉상을 제막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2일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안 전 경무관을 선정하고 흉상을 건립하기로 했다. 그는 전남도경찰국장(현 전남경찰청장)이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로부터 경찰만으로는 치안유지가 어려우니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하라는 강요를 받았지만 상황 악화를 우려해 따르지 않았다. 이어 군의 집단 발포 이후 ‘경찰도 광주시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끝내 거부했다. 오히려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시민에게 어떻게 총을 들 수 있느냐”며 경찰의 무기를 회수했다. 당시 전남도경 상황일지에는 “경찰봉 사용에 유의하라. 반말과 욕설을 쓰지 마라. 주동자 이외에는 연행하지 말라. 그들이 식사는 거르지 않는지 신경 써라”는 등 인권을 살피려는 그의 언행이 기록되어 있다. 이런 행적이 알려지면서 그는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 작전 하루 전인 80년 5월26일 직무유기로 몰려 직위해제된 뒤 일주일 만에 강제사직을 당했다. 이어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 등 모진 고초를 겪었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88년 10월 숨졌다. 그는 92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2006년 인권을 지키다 순직한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명예를 되찾았다.
광주/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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