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충남 부여군 누리집 ‘부여 10경’의 낙화암 설명. 부여군은 충남도가 지난 8일 ‘백제의 궁녀와 여인들이 몸을 더럽히지 않고 절개를 지키고자 절벽에서 몸을 던져 죽은 장소’라는 설명이 인권·성평등 의식에 어긋나고 역사적 사실도 아니라며 수정을 권고했는데도 방치하다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누리집을 고쳤다. 부여군 누리집 갈무리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유람선 안내방송에서 낙화암과 궁녀에 대해 ‘시대착오적이고 비역사적’인 설명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여군이 20여년 만에 안내방송을 고쳤다.
충남 부여군은 “유람선 안내방송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했다”고 28일 밝혔다. 유람선 안내방송 논란은 지난달 7일 방송된 케이블 <티브이엔>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비롯됐다. 출연자인 유시민씨는 “삼천 궁녀는 (역사적으로) 근거 없는 이야기다. 낙화암 밑에서 타는 유람선도 (왜곡된) 삼천 궁녀 이야기를 그대로 하고 있다. 백마강이란 이름 설명도 소정방 위인전처럼 쓰여 있다. 적어도 ‘이런 전설이 있는데 승자의 시선일 뿐 사실 근거는 없다’는 이야기라도 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씨는 ‘낙화암에서 삼천 궁녀가 치마폭으로 얼굴을 감싸고 백마강에 몸을 던져 정절을 지켰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민족사의 여인들은 백의민족이며 정절을 중요시하는 순박한 여인들로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라는 유람선 안내방송을 소개했다. 이 유람선 안내방송은 1990년대 부여군이 제작해 유람선 사업자가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부여군은 방송 뒤 논란이 일자 ‘삼천궁녀 정절’ 부분은 지우고 ‘소정방이 백마 고기를 미끼로 던져 강의 주인인 용신을 죽였다’는 내용을 덧붙여 안내방송을 사용했다.
충남도는 지난 8일 부여군에 공문을 보내 ‘인권·성평등 의식에 어긋나고 역사적으로 왜곡되거나 편향된 유람선 안내방송을 수정하라’고 요청했다. 또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 유람선 안내방송에서 △고란사의 중창 시기 △타사암을 추사암으로 표기한 부분과 부여군 누리집에서 ‘절개를 지키고자 절벽에서 몸을 던져 죽은 장소’로 표기한 낙화암 소개 내용 등도 바로잡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부여군은 ‘역사적 사실을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며 고치지 않다가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누리집 내용을 수정했다.
김연호 부여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방송에 나오기 전에는 문제의식이 없었다. 오래전에 만든 안내방송을 20년 넘게 사용하다 보니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은 인정한다. 유람선 운영자가 민간 업자이다 보니 수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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