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사기 혐의로 구속된 서아무개(46)씨는 186일 동안 부산구치소의 8.64㎡(2.61평) 감방에서 5~6명과 24시간 생활했다. 다섯 명이 누우면 옆 사람과 닿지 않기 위해 칼잠을 잤다. 여섯 명이 누우면 세 명씩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잤다. 자다가 볼일을 보러 변기 쪽으로 가다 다른 이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다.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정아무개(63)씨는 2008년 6월~2011년 7월 323일 동안 부산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생활했는데 서씨와 형편이 같았다.
두 사람은 공익소송에 나선 부산지방변호사회의 도움을 받아 2011년 7월 “좁은 거실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지내는 바람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서씨는 3000만원, 정씨는 71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윤강열)는 31일 기본권 침해가 없었다는 부산지법의 1심 판결을 뒤집고 “국가는 서씨에게 위자료 150만원, 정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좁으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신축에 드는 국가 예산, 교정시설 신축 터 선정 어려움, 미결 수용자의 특수성 등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과밀수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는 교정시설을 새로 짓는 등 과밀수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형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비좁은 감방 수감으로 피해를 봤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이긴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법무부가 상고할 것으로 보여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무부가 2008년 6월 마련한 ‘전국 교정시설 수용 구분에 관한 지침’은 혼거실(2인 이상이 자는 방)의 1인당 기준 면적을 2.58㎡(0.78평)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 기준 규칙’ 9조는 피구금자 1인당 ‘야간에 방 한 칸’을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씨와 정씨는 1.4~1.7㎡에서 감방 생활을 했다. 독일의 수감자 1인당 최소 면적은 7㎡이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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