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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 연 3476% 고리 챙긴 사채업자 구속

등록 2017-09-07 11:47수정 2017-09-07 17:22

30만원 빌려주고 1주일뒤 50만원 돌려 받아
기한내 못갚으면 밤낮없이 욕설·협박 일삼아
급전 필요한 직장인 1186명 피해…수사 확대
한 인터넷 사이트의 ‘급전’ 대출 광고. 직장인 1천여명에게 연 3476%의 고금리를 챙긴 사채업자가 7일 경찰에 구속됐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급전’ 대출 광고. 직장인 1천여명에게 연 3476%의 고금리를 챙긴 사채업자가 7일 경찰에 구속됐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회사원 이아무개(48)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에서 ‘급전’ 광고를 통해 50만원을 빌리기로 했다. 회사 앞으로 찾아온 대부업체 직원 2명은 선이자 20만원을 공제한 30만원을 이씨에게 빌려주고 1주일 뒤 50만원을 갚으라고 했다. 대부업체는 이씨의 가족관계증명서 등과 함께 대부금을 갚지 않고 도망갈 것을 대비하겠다며 가족, 친구, 회사직원 등 10명의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이씨가 제때에 돈을 갚지 못하자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20~30분 단위로 전화해 “밤길 조심해라. 애들을 풀어 자녀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다.

이씨처럼 신용도가 낮은 직장인들을 상대로 연 최고 3476%의 고금리를 받아 챙긴 사채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사채업자 김아무개(32)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ㅈ(32)씨 등 직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성동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직장인 등 1186명에게 연 최고 3476%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4억1370만원을 빌려준 뒤 2억4030만원의 고리 이자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체로 30만원을 빌려주고 1주일 뒤에 이자 20만원을 포함해 50만원을 돌려 받는 조건이었고, 많게는 7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 30만원을 포함해 100만원을 갚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 광고를 통해 대부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대출상담을 미끼로 피해자들의 신용상태를 파악한 뒤, 저신용자들이 약점을 이용해 법정이자보다 124배나 높은 고금리 이자를 챙겼다. 채무자들은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못 이겨, 또 다른 사채를 빌려 이자를 갚는 등 임시방편으로 빚을 해결하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피의자들은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1년간 3번이나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불법영업을 해왔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대부업체들이 성황리에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정이자율(연이율 25%, 등록업체 27.9%)을 초과하는 것과 야간에 전화해 채무자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타인에게 채무사실을 알리는 행위 등은 모두 불법이므로 피해를 당한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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