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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증거 없는 국내 첫 ‘니코틴 살해’ 사건…무기징역형 선고

등록 2017-09-07 18:54수정 2017-09-08 10:27

재판부 “살해 의사 식별되면 간접 증거로 충분”
남편 숨 안쉬자 112·119 대신 상조사에 전화
니코틴 원액.     한겨레 자료사진
니코틴 원액. 한겨레 자료사진
부인이 내연남과 짜고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살해한 이른바 ‘니코틴 살해’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7일 오후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11부(재판장 고충정) 심리로 열린 니코틴 살해사건 1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반인륜 범죄로 참작 여지없이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남편의 재산을 노린 부인 송아무개(48)씨가 내연남 황아무개(47)씨와 짜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벌인 살인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도박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된 내연남 황씨가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첫 사례이자 직접 증거가 없는 이 사건의 쟁점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의 사체에서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검출됐으나 어떻게 주입했는지 입증되지 않아 이를 유죄로 볼 수 있는가였다. 남편 오아무개(사망 당시 53살)씨는 지난해 4월22일 경기도 남양주 시내 자신의 집 작은 방에서 잠이 들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송씨와 황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다량의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마시게 하거나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쪽은 “검찰의 공소 사실은 ‘망인 몰래 혼인신고 하고 살해 뒤 상속 재산을 가로챘다’와 ‘니코틴을 주입해 살해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검찰이 살해 방법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인 만큼 유죄 판단 이유를 무려 1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살인죄에 있어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은 범죄의 구성 요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명확히 인정할 수 없더라도 개괄적으로 설명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사망 경위 등을 살펴 살해 의사를 식별할 수 있는데도 범행 도구 등의 객관적·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피고인의 방어권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형벌권의 정당한 행사를 도외시하게 된다는 취지다. 부검 결과 자연사나 돌연사가 아닌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됐고 외부침입 흔적이 없어 제3자에 의한 타살이 배제된 것도 유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4개월 전 범행을 공모해 송씨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준비하고 황씨가 니코틴 원액을 인터넷으로 국외 구매한 것으로 봤다. 그 사이 송씨는 법적 상속자가 되고자 거짓 문서를 작성해 남편 몰래 혼인신고를 마쳤고 남편이 숨진 뒤 한 달 안에 아파트 등을 처분하고 보험금과 남편 퇴직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남편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사망으로 단정해 112나 119가 아닌 상조회사에 먼저 전화한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며 “수사를 피하고자 서둘러 장례를 치러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송씨가 최초 부검을 거부한 점, 친인척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빈소도 차리지 않은 점, 황씨가 살해 방법·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한다며 기록을 삭제한 점 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송씨와 황씨에게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후회나 반성의 태도가 없고 인명 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고스란히 반영돼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며 영구 격리를 선고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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