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첫 정기모임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오윤덕, 정종인, 유영준, 최정린, 김수현, 김창하씨. 서난이씨는 사진을 찍느라 빠졌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제공
“나는 민달팽이입니다. 같이 살고 싶은 우리가 모이면, 우리가 사는 곳은 다른 모습일 거예요.”
전북 전주지역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얘기다. 민달팽이는 ‘껍데기가 없는 달팽이’로 집이 없는 세입자를 뜻한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대안 주택을 직접 공급해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였다. 조합원은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 오윤덕(35)씨와 우리미래 전북도당 대표 김창하(34)씨 등 10여명이다.
평소 공동체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지난 7일 1차 정기모임을 열고, 전주시의 사회주택 공급 방안을 공유하고 실무 분담 등을 논의했다. 조합은 최근 전주시의 시범사업인 ‘전주형 사회주택 공급사업’ 운영 사업자(시 소유 주택 활용 사회주택 공급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전주시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처음으로 민관협력 주택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 소유의 주택은 전주시 동완산동 옛 도심에 있다.
이들이 살게 될 달팽이집의 거주 비용이 정부에서 공급하는 일반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오씨는 “사회주택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팽이집 거주 비용은 세입자로서 내는 월세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월세는 집주인에게 주고 나면 세입자의 주머니에서 사라지지만, 달팽이집 거주 비용은 입주 조합원들이 함께 모으는 공동자본으로 일종의 청약적금인 셈이다. 주택을 공유하고 관리하기에 돈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달팽이집은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부담 가능한 주거비로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소외된 자 없이 공존하고, 서로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고자 한다. 김창하씨는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조합의 기능이다. 기성세대가 펴는 주택공급정책은 결혼·직장·소득 등 조건을 따져서 결국 미혼의 청년들이 가장 싼 집에 살도록 한다. 주거 해결도 중요하지만 공존이 먼저다. 청년이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결핍을 채워주는 구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슨 거창한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나와 우리의 주거 문제 등을 함께 모여서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에 더 많은 청년들이 공감하기를 바랍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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