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노인 살인사건’의 범인이 현장에 남긴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 탓에 1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은 노인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ㄱ(49·당시 37살)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는 2005년 5월13일 낮 12시께 강릉시 구정면에서 혼자 사는 ㄴ(여·당시 69살)씨 집에 침입해 폭행하고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 등을 감아 살해한 뒤 금반지 등 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ㄴ씨 얼굴을 감는 데 사용한 포장용 테이프에서 길이 1㎝ 남짓한 쪽지문을 발견했지만, 지문이 뚜렷하지 않아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문감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난 7월 단 하나의 단서인 쪽지문이 ㄱ씨 지문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ㄱ씨 주변을 중심으로 재수사에 나섰고 사건 당시 ㄱ씨가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한 전력 등을 확인했다. 특히 ㄱ씨는 범행 시간대에 지인이 운영하는 술집에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주장하고 있지만 주변인 수사를 통해 ㄱ씨가 범행 당시 술집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경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ㄱ씨는 체포 직후 3차례 실시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도 모두 거짓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쪽지문뿐 아니라 동일수법 범행 전력과 주변인 수사, 범행동기 수사 등을 통해 ㄱ씨의 강도살인 범행을 입증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살인 사건들도 끝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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