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구지역금속지회가 18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오에스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금속노조가 설립된 이후 경영진의 걱정이 크다.”
“한국오에스지에 금속노조가 들어왔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기업 경영진 회의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기업 노동조합 행사에서 나온 말이다. 상급단체가 없는 한국오에스지㈜ 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이틀 동안 대구 동구 팔공산 ㅌ식당에서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2017년 임단협 전진대회 및 교육’ 행사를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금속지회가 18일 공개한 녹취문을 보면, 조합원과 공인노무사는 노조 행사에서 이런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오에스지에서는 지난 2월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쪽 노조가 만들어진 지 불과 한 달 뒤 상급단체가 없는 제2노조가 설립됐다.
2노조 조합원 이아무개씨는 노조 행사에서 “회장님은 ‘민주노총을 이기고 합법적으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보상해 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공인노무사 윤아무개씨는 노조 행사에 강사로 나와 “한국오에스지에 금속노조가 들어왔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한국오에스지는 이제 국민파 주사파 사업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인노무사 윤씨를 승용차에 태워 노조 행사장에 데려다 준 것은 한국오에스지 인사·노무 담당 부장이었다.
대구지역 금속지회는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녹취문을 공개했다. 이어 한국오에스지 정아무개 대표이사와 인사·노무 담당 백아무개 부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차차원 대구지역금속지회 지회장은 “그동안 회사 쪽에서 어용노조인 기업노조를 지원해왔다는 의심이 강했는데 이번에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검찰에서 최소한의 의지만 갖고 수사를 하면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2노조의 이아무개 위원장은 “그런적 없다. 우리는 (회사와 상관없이) 독자 노선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정아무개 대표이사에게도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오에스지는 대구 달서구 성서 3차 일반산업단지에 있는 절삭공구류 제조업체다. 1980년 ㈜수일정밀로 처음 설립됐다. 1985년 일본오에스지㈜와 합작해 한국오에스지로 이름을 바꿨다. 직원은 400여명이고 한해 매출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대구시는 지난해 7월 한국오에스지를 ‘대구시 고용친화 대표기업’으로 지정했다. 고용노동부도 한국오에스지를 ‘노사문화우수기업’(2009년 7월)과 ‘노사우량기업’(1997년 1월)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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