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기 전의 석란정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소방관 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강릉 석란정 건물 안에서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을 담은 보관 용기가 상당수 발견됐다. 경찰은 수거한 인화성 물질의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화재 원인 규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8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강릉경찰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화재원인 조사를 위한 유관기관 합동 현장감식에서 타고 남은 페인트와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담은 보관 용기 4~6개가 발견됐다. 이날 감식에는 강원도소방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의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인화성 물질은 수십 년간 석란정을 창고로 사용한 관리인이 지난해 가져다 둔 것으로 확인됐다. 1956년 지은 목조 기와 정자인 석란정은 30여년 전부터 인근에 사는 관리인이 창고로 사용하면서 건물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인화성 물질이 직접적인 화재원인이라기보다 발화점에서 시작된 불길을 보다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용기는 외부의 열로 내부의 액체가 팽창하면서 외관이 부푼 흔적이 없어 누군가 이 인화성 물질을 뿌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석란정과 공사장 인근 도로의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 분석할 참이다. 또 석란정 안에는 전기설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차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와 실화, 자연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소방관의 분향소는 강릉의료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2층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으로 거행된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들에게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영결식 뒤 고인들은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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