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동물원에 사는 벵골호랑이 1마리의 실내 방사장은 44㎡(약 13평)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호랑이 3마리 실내 방사장은 117㎡(마리당 약 12평)이다. 대구동물원 호랑이 4마리는 88㎡(마리당 약 7평)에 산다.
환경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에 2013년말 추가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기준을 보면, 사자나 호랑이는 1마리가 14㎡(4.2평)이다. 너무 좁기 때문에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국내 동물원은 없다.
이 법은 고릴라, 반달가슴곰, 독수리, 샴악어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 80여종 사육시설의 최소 면적을 정해두고 있다. 지난 5월말 시행 중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일명 동물원법)에 강화된 사육시설기준이 들어가지 않아, 현재로는 이 법이 동물원 동물사 면적을 다루는 유일한 법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는 이동을 많이 해 사육 부적합종으로 꼽히는 코끼리를 포함해 다른 멸종위기종은 기준조차 없고, 사자나 호랑이 등은 그 기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해왔다. 사람으로 치면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국토부)과 같은 생존에 필요한 최저 면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만든 오홍식 제주대 사범대학장(과학교육학부)을 지난 9일 오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어떤 자료를 참고해 만들었나?
“미국 동물원과 수족관 협회(AZA) 기준을 참고하고, 전문위원들과 함께 종별 생물학적 특성과 국내 동물원 상황을 고려해 정했다.(미국은 호랑이 1마리당 최저기준이 10평)”
-미국이나 유럽 기준도 결국 동물원에서 만들었고, 비교해봐도 국내 기준이 낮다.
“(면적이) 이해가 안 되는 종도 있을 수 있다. 기준이 몇번 바뀌기는 했다. 처음에 (시설 기준을) 넓게 잡았는데 동물원 쪽에서도 말이 있으니까…. 넓지 않은 면적이 있다.”
-사육시설 기준을 다시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나?
“가이드라인을 처음 만든 것에 의의가 있었다. 이제는 동물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복지 기준을 강화해 (시설 기준을 다룬) 야생생물법과 동물원법을 개정해야 한다.”
-6개월 동안 전국 동물원을 조사하며 느낀 동물원의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가 없다. 식육목(곰, 사자 등 포유류 일부) 전공도 아닌 사육사가 식육목을 대한다. 시설면적보다 동물 전문가가 동물을 잘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인력 채용도 더 해야 한다.”
-조사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동물원이 폐쇄적이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었다. 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 깜짝 놀랐다. 만약 동물원이 돈이 없다면 몇개 동물원은 없애는 건 어떤가.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권역별로 제대로 된 동물원 하나씩만 둬도 된다.”
제주/글·사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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