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이 2002년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 전체 45동 가운데 29동을 미등기 상태로 운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제공
한 해 4만5000여명이 찾는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이 15년 동안이나 미등기 불법 건축물에서 청소년 수련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한겨레>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여성가족부의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이하 평창수련원) 미등기건축물 양성화 경과보고’ 문서를 보면, 평창수련원 건축물 가운데 통나무집과 세미나실, 토의실, 목공체험실 등 29개 건축물이 미등기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관과 생활관 등 전체 건물 45동 가운데 64.4%나 등기도 하지 않은 채 최장 15년 동안이나 청소년 시설로 써 온 셈이다.
첫 국립 청소년 수련시설인 평창수련원에서 이 같은 미등기 불법 건축물 문제가 오랜 기간 방치된 것은 관련 공무원들이 ‘나 몰라라’식으로 무책임하게 행정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이다. 평창수련원은 1994년 건립 초기 사업면적을 애초 협의가 이뤄졌던 28만9099㎡에서 47만8455㎡로 변경했다. 사업면적이 30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평창군은 이런 절차도 없이 사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본관과 생활관 등 2002년 이전에 지은 초기 건축물 16동은 등기를 마쳤다.
문제는 평창수련원이 2002년 수련원생 숙박을 위한 통나무집 25동을 추가로 건립하면서 불거졌다. 평창수련원은 통나무집을 짓고 등기를 하려고 했지만 평창군이 과거 ‘환경영향평가 미이행’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등기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평창수련원은 통나무집 건립 예산을 반납할 수 없다며 통나무집 건립을 강행했다.
이어 평창수련원은 2005년 세미나실, 2009년 분임토의실·재활용센터 등을 추가로 건립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미이행’ 문제를 풀지 못해 평창군과 형질변경 협의를 하지 못했다. 사실상 미등기 건축물인 줄 알면서도 계속 건물을 늘렸다. 건물을 지으려면 소방과 전기, 수도 등 관련 시설 협의를 거쳐 해당 지자체의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2002년 이후 지어진 미등기 건축물 16동은 지자체의 최소한의 안전점검도 없이 건설된 셈이다.
심지어 2011년 당시 평창수련원장(현재 퇴직)은 허가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련공간이 부족하다며 관급자재를 자체적으로 구입해 직원에게 목공체험실을 짓도록 했다. 당시 원장은 담당 직원이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그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낸 뒤 목공체험실 설치를 강행했다.
그 뒤 문화체육부로부터 평창수련원 관리권을 넘겨받은 여성가족부는 2011년 ‘국유재산 실태점검’을 하면서 불법 건축물을 발견하고 해당 부서에 개선을 지시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2014년 실시된 ‘국유재산 실태점검’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여성가족부의 지적에 평창수련원은 2015년 3월까지 조처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실제로는 조처는 고사하고 보고도 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도 담당자 교체 등의 이유로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 이상 방치된 평창수련원의 미등기건축물 문제는 2016년 인근 주민이 평창군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평창군은 2016년 4월 현지 조사를 통해 통나무집 25동과 부속건물 4동 등 29동이 미등기건축물인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평창군은 국립시설임을 고려해 철거하는 것보다 양성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평창수련원에 이행강제금 1억원을 부과해 받은 뒤 지난 22일 모든 등기 신청 절차를 마쳤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축물 관리와 안전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국립 청소년수련시설이 10년 이상 위법 건축물로 운영됐다. 그사이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60여명에 이르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쪽은 “등기 절차 등에 착오가 있어 15년 동안이나 미등기건축물 문제가 지속했다. 이제라도 평창군과 협력해 미등기 문제를 해결하게 돼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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