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 하던 파출소 경찰관 2명 숨져
사격연습하던 경찰관 1명도 뇌출혈로 숨져
사격연습하던 경찰관 1명도 뇌출혈로 숨져
경북 포항에서 경찰관 3명이 근무 중에 잇따라 숨졌다.
26일 포항 북부경찰서와 남부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3시14분께 죽도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최아무개(30) 순경이 숨졌다. 최 순경은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야간근무를 시작했다. 최 순경은 야간근무를 하며 네 번을 출동한 뒤 이날 새벽 1시께부터 죽도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쉬었다. 야간근무자는 보통 새벽에 두 시간을 쉬고 다시 일하다가 다음날 아침 9시에 퇴근한다. 이날 새벽 2시50분께 동료가 숙직실에 누워있는 최 순경을 흔들어 깨웠지만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최 순경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최 순경이 마지막으로 출동한 것은 전날 밤 10시15분께였다. 취객이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했다는 신고였다. 현장에 출동한 최 순경은 순찰차 뒷좌석에 취객을 태워 죽도파출소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취객이 뒷좌석에 길게 누워 다리를 뻗었다. 뒷좌석에 함께 탄 최 순경은 취객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죽도파출소는 주변에 술집이 많아 포항 북부지역에서 가장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파출소다. 죽도파출소 경찰관들은 4조 2교대로 근무한다.
앞서 지난 20일 아침 8시40분께에는 포항 남부경찰서 장기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고현보(55) 경감이 장기파출소 앞 길에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고 경감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출근해 일했다. 그는 이날 새벽 세 번 출동했는데 마지막으로 출동한 것은 새벽 4시30분께였다. 남편이 술에 취해 아내를 폭행한다는 신고였다. 고 경감은 현장에 출동해 아내를 폭행하는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고 경감은 이 과정에서 체격이 좋은 이 남성이 강하게 저항해 5분~10분 동안 거친 몸싸움을 했다고 한다.
고 경감은 이 남성을 장기파출소로 데려와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이어 이날 새벽 6시30분께 남부경찰서에 이 남성을 인계했다. 최 경감은 이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퇴근을 앞둔 그는 장기파출소 앞에 있는 장기면 보건지소에 약을 타러 가려고 나갔다가 길에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그의 사인을 심근경색과 심부전증으로 추정했다. 장기파출소 경찰관들은 5조 2교대로 근무한다.
또 지난 11일 오전 11시50분께에는 포항 남부경찰서 외사계장 이상록(57) 경감이 사격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 경감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뇌출혈로 사흘 만에 숨졌다. 경찰은 근무 중 숨진 경찰관들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포항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은 주간과 야간을 번걸아가며 근무하는데 생체리듬이 깨진다. 특히 야간에 취객과 5분 만 몸싸움을 하고 나면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힘들다. 고인이 되신 두 분 모두 평소 성실하게 근무하셨던 분들인데 이렇게 되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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