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각한 목판으로 출간한 ‘완판본 심청전’. 완판본문화관 제공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완판본문화관이 ‘완판본 심청전’의 목판을 100여년 만에 복각했다.
완판본문화관은 571돌 한글날을 앞두고 목판 복각 출판기념 특별전시 ‘100년 만에 핀 꽃, 완판본 심청전’을 28일부터 12월31일까지 진행한다. 28일 오후 2시 출판기념식이 열린다.
완판본은 조선시대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완산)에서 발간한 옛 책과 그 판본을 말한다. 조선시대 목판인쇄는 서울의 경판, 경기도 안성의 안성판, 대구 달성판, 전주 완판본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완판본은 그 판본의 종류·규모에서 최고로 알려져있다. 이유는 전라도·제주도를 관할하던 전라감영에서 출판물을 많이 만들었고, 책 제작을 위한 한지가 전주의 특산품으로 대량생산되는 등의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각한 목판 ‘완판본 심청전’. 완판본문화관 제공
하지만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대표적 역할을 담당한 완판본, 특히 완판본 한글고전소설의 목판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목판을 제작하는 기술인 판각 기능의 전수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안준영 관장과 그가 운영하는 대장경문화학교의 문하생 9명이 의미있는 작업에 참여했다.
2007년 시작한 작업에는 10년간의 노력이 들어갔다. 이들은 50~60년생 산벚나무를 가로 52㎝, 세로 27㎝, 두께 5㎝ 가량 자른 뒤 그 위에 칼로 한 글자씩 새겼다. 이렇게 36판을 제작해 심청전 상·하권 합쳐 71장의 책을 만들었다. 모본은 1906년 전주 서계서포(책방)에서 간행한 완서계신판(完西溪新板)이다. 목판 복원사업이 국가나 기관 주도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이처럼 민간이 자생적으로 복원·복각을 시작해 책을 간행까지 마친 사례는 드물다.
복각한 목판으로 출간한 완판본 심청전의 마지막 장. 완판본문화관 제공
안 관장은 “무형유산의 전승을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기능의 계승이 필요하다. 전통 판각 강좌를 시작으로 기능을 계승하며 심청전 상·하권 전체를 목판으로 복각하게 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고전소설 완판본은 전주의 문화적 자산이다. 해마다 한글날 주간을 기점으로 전시·체험·문화행사를 통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