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조가 화성 축성 당시 조성된 수원의 만석거의 현재 모습. 11일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원의 ‘만석거’(萬石渠)가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가 지정한 ‘세계 관개(灌漑)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원시는 11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제68차 집행위원회에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돼 기념패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 내에 있는 만석거는 조선시대 정조가 수원 화성(華城)을 축성할 당시(1795년) ‘가뭄 대비’라는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축조한 저수지다. 정조는 수원 화성의 북쪽에 만석거, 화성시 융릉 근처에 만년제, 수원 화성의 서쪽에 축만제 등 3개의 저수지를 조성했다. 그중 처음으로 축조된 만석거는 2006년 향토유적 제14호로 지정됐다.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려면 ‘건설기술에 있어 그 시대의 선도적 구조물’, ‘그 시대의 혁신적 아이디어’ 등 9개 등재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만석거는 4개 요건에 부합했다. 특히 만석거는 △수갑(水閘)이라는 조선 시대 최고의 수리기술이 반영된 당대 선도적 구조물이었고 △백성들의 식량 생산과 농촌 번영에 이바지했으며 △건설 당시 아이디어가 혁신적이었고 △가을 풍경이 수원 추팔경(秋八景)의 하나로 불릴 정도로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관개시설물로는 지난해 11월 축만제와 김제 벽골제가 등재됐고, 올해는 만석거와 당진 합덕제가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4곳이 됐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는 관개·배수·환경보존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국제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1950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UN 경제사회이사회·유네스코 등의 자문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6개국, 20여 개 국제기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9년 가입했고, 현재 (사)한국관개배수학회가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제도는 역사적·기술적·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관개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올해 13개소가 등재되면서 현재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은 51개가 됐다.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수원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