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새도시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 5월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경기도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는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입산 순정 부품 대신 철공소에서 자체 제작한 사제 부품을 사용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원청업체
인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과 하도급업체(남산공영) 안전책임자, 재
하도급업체(성주타워)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현대엔지니어링 안전관리과장과 남산공영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다. 비순정 부품을 제공해준 타워크레인 부품업자도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고는 지난 5월22일 오후 4시40분께 남양주 다산새도시 진건지구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어났다. 타워크레인의 키를 높이는 인상작업 중 마스트(기둥)가 부러졌다. 현장 노동자들은 사고 이틀 전 인상작업을 할 때 마스트의 하부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기어(보조 폴) 한쪽이 조금 깨진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타워크레인의 제조사인 스페인 소재 업체에서 순정 보조 폴을 받아 교체해야 했지만, 하도급 업체는 교체 비용과 공사 기간 연장을 우려해 철공소에 자체적으로 주문해 제작한 부품으로 교체했다. 원청업체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사제 부품은 순정부품만큼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인상작업 중 사제 보조 폴이 깨졌다. 결국 타워크레인이 붕괴되는 사고로 이어져 석아무개(53)씨 등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사제 부품의 문제성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스페인의 크레인 제조사에 해당 부품의 크기와 재질, 형태 등 정보 관련 자문을 의뢰했다.
한편, 남양주 사고 이후 5개월 만인 지난 10일 인근 의정부시 민락2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사고 역시 타워크레인 인상작업 중 발생했다.
의정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원청인 케이아르(KR)산업, 타워크레인을 대여한 백경중기·크레인 해체를 담당한 청원타워 등 하도급 업체, 현장 사무소 등 4곳에 수사관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과 현장 안전관리·교육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해 관계자들의 타워크레인 관리 실태와 과실 여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크레인이 제조된 지 27년이 지난 것으로 확인돼 노후화된 설비가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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