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지에 자리잡은 성매매집결지 이른바 ‘자갈마당’ 안에 들어선 문화예술 전시관이 치유와 변화의 거점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중구청 제공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대구시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에 문화예술 전시관이 문을 연다.
(재)대구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이사장 윤순영 중구청장)은 16일 “자갈마당 안에 있는 441㎡ 크기의 3층 건물을 문화예술 전문전시 공간인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로 꾸며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곳은 과거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던 건물을 5년 동안 임대해 리모델링했다. 성매매업소의 특수성이 남아 있는 1층의 유리방과 3층의 작은 방들은 종전 그대로 보전하고, 일부 공간을 작품 설치가 가능한 전시장으로 꾸며놨다. 도심재생문화재단은 18일∼내년3월18일까지 5개월 동안 이곳에서 개관 기념전시회를 연다.
‘기억정원 자갈마당’이란 제목을 붙인 이 전시회에는 김구림(서울), 김승영(서울), 김영진(경주), 배종헌(대구), 이기칠(대구), 이명미(대구), 임창민(대구), 정혜련(부산) 등 작가 8명이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회화, 조각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종구 책임기획큐레이터는 “100년의 삶이 담긴 장소를 깨끗이 지워버리기 전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 창조적 기억의 정원으로서 자갈마당을 기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심재생 문화재단 쪽도 “자갈마당은 100년 이상 삶의 흔적과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난과 생존, 정치와 경제, 여성인권, 지역개발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주변에 1200세대가 넘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이제 예술을 통한 자갈마당 변화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구 자갈마당은 1909년 일제가 만든 공창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습지대로 황무지였던 이곳이 비만 오면 걸어다닐수 없어 자갈을 많이 깔아 놓아 자갈마당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될 때까지만해도 자갈마당 1만4천여㎡에 성매매업소 62곳에서 종업원 350명이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13년 동안 성매매업소는 37곳, 종업원은 100여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전국에 35곳이던 성매매집결지 가운데 11곳은 문을 닫은 뒤 아파트촌으로 변했다. 6곳은 폐쇄작업이 진행중이고 18곳은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성매매영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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