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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민관협력 거버넌스로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 구축

등록 2017-10-18 18:22

광주 광산구, 병원아동보호사 신개념 일자리 창출
수료생들 협동조합 만들어 아이 간병 서비스 제공
광산구공익활동센터, 저출산 극복 위한 정책 실험
사회단체, 기업, 행정기관 등 58개 연합단체가 합심해 출범한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는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 경암근린공원에서 축제형 출범식을 열었다.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장(맨 오른쪽 가운데)이 병원아동보호사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제공
사회단체, 기업, 행정기관 등 58개 연합단체가 합심해 출범한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는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 경암근린공원에서 축제형 출범식을 열었다.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장(맨 오른쪽 가운데)이 병원아동보호사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제공
“아이 키울 때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더 정성껏 돌보지요.”

전업주부였던 박향순(55)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병원아동보호사’라는 일자리를 얻으며 삶이 바뀌었다. 병원아동보호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출된 신직업이다. 병원아동보호사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몸이 아픈 아이들을 간병하는 일을 한다. 직장 일과 아이키우는 것을 병행하기 힘들어 일을 그만뒀던 그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일자리를 찾고 싶었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박씨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병원아동보호사를 양성하는 전문가 교육을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교육을 마치고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센터장(왼쪽에서 일곱번째)이 병원아동보호사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제공
지난 23일 열린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센터장(왼쪽에서 일곱번째)이 병원아동보호사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제공
박씨는 광산구가 지난해 6~7월 실시한 병원아동보호사 전문가 양성 교육지원 과정(112시간)을 수료한 1기생(32명)이다. 1기 수료생 35명 중 박씨 등 9명은 ‘엄마손길 협동조합’을 설립해 일을 하고 있다. 135시간의 교육을 받은 2기 수료생 32명은 사단법인 광주디아코니아를 설립해 병원아동보호사로 일한다. 육아라면 자신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셈이다. 초창기여서 한달 평균 6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점차 이용자가 늘고 있다. 박씨는 “이 서비스를 이용한 엄마들이 만족해하며 입소문이 나 다른 구에까지 원정 간병을 나간다”고 말했다.

병원아동보호사라는 새로운 일자리는 시민단체 ‘광주전남행복발전소’의 아이디어가 첫 출발이었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는 지역 아동병원, 광주여대 등 교육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촘촘하게 만들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윤난실 광산구공익지원센터장은 “맞벌이 부모의 아픈 자녀 간병 부담을 덜어주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는 지난해 3월 광산구 내 5개 소아과병원과 아동전문간병지원사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또 광산구는 지난해 4월 노동부의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77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병원아동보호사 교육과정사업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8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광산구가 실시한 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한 병원아동보호사들이 아픈 아이들을 간병하고 있다. 광산구 제공
광산구가 실시한 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한 병원아동보호사들이 아픈 아이들을 간병하고 있다. 광산구 제공
하지만 초창기 이 서비스가 연착륙하는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서비스 이용료였다. 시간당 1만2천원의 서비스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광산구는 서비스료의 절반을 보조해주기 위해 크라우딩 펀딩에 나서 2430만원을 모았다. 지난 8월까지 325명의 ‘직장맘’들이 3곳의 협동조합을 통해 3075시간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최종순 광산구 사회경제과 주무관은 “병원이나 가정을 찾은 병원아동보호사들이 그림책도 읽어주는 등 정성껏 돌보면서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30대인 건우 엄마(광산구 신가동)는 “아이가 입원하면 친정엄마의 도움을 얻었는데, 엄마도 연세가 있으시니 많이 벅차하시더라구요. 병원 로비에 붙은 ‘병원아동보호사’ 현수막 보고 전화했는데, 아주 만족입니다…너무 좋았어요”라는 후기를 남겼다.

광산구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고용노동부 지역맞춤형 일자리 사업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아이키우기 힘든 환경 때문에 갈수록 심해져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공감을 얻고 있다. 전국아동병원협회는 청와대 일자리위원회에 아동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아동보호사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용상 광산수완미래아동병원장은 “맞벌이 부부 뿐 아니라 직장에 나가지 않는 전업주부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확대해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병원아동보호사 양성 사업을 계기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는 지난 13일 시민·사회단체, 기업, 행정기관 등 58개 연합단체(개별단체 1077개)가 참여하는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를 창립했다. 광산마을 잼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단체의 상임대표는 유용상 광산수완미래아동병원장과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장이 맡았다. 윤난실 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민관협력 거버넌스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며 “주민들이 주체로 나서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사업의 산파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이 사업의 거점 역할을 맡을 ‘맘쓰리센터’를 운남동 주민센터 옥상에 세울 계획이다. 아이키우기 좋은 공간과 제도, 사업에 대한 엄마의 세가지 소망을 충족한다는 의미를 담은 맘쓰리 센터는 육아 정보 나눔교실, 놀이실과 수유실 등도 갖출 예정이다. 또 광산구는 다음달부터 4000만원의 예산을 세워 소득수준별로 병원아동보호사 간병비의 90~5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로 뒷받침한다. 또 신생아를 출산한 모든 가정에게 배냇저고리, 체온계, 축하편지 등을 담은 마더박스도 보낸다. 광산구는 그림책 지도사, 마을안전지킴이, 영유아 수면코칭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을 구 평생학습 과정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광산잼잼 출범은 우리 사회가 ‘국민의 시대’에서 점차 ‘시민의 시대’로 진화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이 사업이 성장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있는 힘껏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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